▲ 구세군 자선냄비 시종식이 지난 5일 갤러리아 타임월드 랜드마크 광장에서 열려 어린이들이 성금을 넣고 있다. 이번 자선냄비 집중모금 활동은 31일까지 타임월드 등 대전지역 20개소에서 전개되며 모금 목표액은 2억 5000만 원이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이제는 잊혀진 입동의 미풍양속 중 '치계미'(雉鷄米)가 있다. 치계미는 마을에서 벌이던 경로잔치다. 입동과 동지, 섣달 그믐날에 마을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대접하고 동네 사람들이 십시일반 모은 양식이며 옷을 나누어 드리는데,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한 해에 한 번 이상은 치계미를 위해 돈이나 곡식을 냈다고 한다. 겨울을 앞두고 어려운 노인들을 위로하기 위한 '십시일반의 나눔'이었으니 요즘으로 치면 조선시대 판 '사랑의 온도탑'이자 '자선냄비'가 아닐까 싶다.
올해도 어김없이 '희망 2016 나눔 캠페인'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졌고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했다. 입동의 '치계미'와 같은 '나눔'을 대전시민들은 얼마나 실천하고 있을까?
대전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기부 참여율이 47.1%로 가장 높다(15세 이상, 2013년 기준, 통계청 나눔실태보고). 전국 평균 34.5%, 충남은 31.6%였다. 그러나 기부문화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좀 더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전시가 올 초 발표한 '2014 대전 사회 지표'를 보면 지난해 대전시민의 연간 평균 후원금은 26만9000원이다. 2013년 9월부터 2014년 8월까지 1년 동안을 기준으로 하면, 기부에 참여한 대전시민은 10명 중 3명이 채 안되는 27.7%에 그쳤다. 나머지 72.3%는 기부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2013년의 기부 참여율 16.7%에 비하면 증가한 수치다.
전국 상황으로 눈을 돌려봐도 우리사회의 기부문화는 선진국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기부 총액은 12조4900억 원, 국내총생산(GDP)의 0.87%를 차지했다. 미국(2.0%), 뉴질랜드(1.35%) 등 선진국은 물론 미얀마, 라오스보다도 기부를 적게 했다. 영국의 국제자선구호재단(CAF)이 발표한 '2015 세계기부지수'(WGI) 순위에서도 우리나라는 145개국 중 64위에 그치고 있다. 세계 최빈국에 속하는 미얀마가 2년 연속 기부지수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한해 기부금의 60%가 12월과 1월에 집중될 만큼 연말연시를 타는데, 이 부분은 우리 기부문화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드러낸다. 우리민족이 정이 많아서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지 않음이 장점이라면 기부문화가 일상화되지 못한 채 순간적인 동정심에 의존하고 있음이 단점으로 꼽힌다. 기부문화가 '일시적 기분'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나눔'과 '기부'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겠고 어려서부터 나눔에 대해 생각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2014 대전 사회 지표'를 보면 대전시민이 기부에 참여하지 않은 '비참여 이유'로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서'(60.6%)가 가장 높았지만 뒤를 이어 '관심이 없어서'(18.5%),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서'(10.3%), '남을 돕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워서'(7.3%), '참여방법을 몰라서'(2.6%)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부를 부담스러워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망설이는 이들을 기부의 물결에 동참하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참여방법을 적극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어려서부터 나눔의 교육을 실시, 자연스럽게 이웃과 함께 살며 배려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세살 버릇이 여든 가듯' 어려서부터 다져진 기부와 나눔 문화는 성인이 되어서도 큰 힘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아이들의 고사리손부터 백발의 노신사까지 남녀노소 구분없이 나눔을 실천하고 지속적으로 후원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을 때 경제규모 세계 14위라는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올 겨울 연탄 1장 값은 530원이다. 하루 연탄 3장이면 1590원, 아메리카노 한잔 값이면 이 겨울 어딘가의 한 가족에게 '따뜻한 하루'를 선물할 수 있다.
김의화 기자
▲ 대전지역 구세군 자선냄비 시종식 지난 5일 오전 11시 갤러리아 백화점 타임월드(랜드마크광장)에서 권선택 대전시장과 김인식 시의회의장, 설동호 대전시교육감, 김종구 구세군 충청지방장관, 자원봉사자, 시민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대전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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