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한파' 부동산시장 혹한기 올라

'미분양 한파' 부동산시장 혹한기 올라

올 연평균 2배 가량인 49만호 예상, 주택 공급도 수요대비 10만호 초과 '준공후 미분양' 건설사 수익성·현금흐름 악화… 가계대출 증가세 지속

  • 승인 2015-12-06 14:13
  • 신문게재 2015-12-07 12면
  • 이경태 기자이경태 기자
●'아파트 포화' 미래를 내다보다


준공후 미분양 물량이 자칫 향후 건설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그동안에도 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수요 대비 공급이 포화상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던 만큼 이번 연구 결과의 시사점은 크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최근 아파트 분양물량 급증의 함의'보고서를 통해 그동안의 건설부동산 시장과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문제 및 올해 분양 물량 평가=올 들어 아파트 분양물량이 급증하면서 향후 건설경기 전반이 둔화될 수 있다고 KDI는 밝혔다.

올해 아파트 분양물량은 2000~2014년 연평균(27만호)의 두배 가량인 49만호 내외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주택공급 증가가 향후 건설경기 및 가계부채 등의 부담요인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주택시장이 공급에는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과 달리, 수요의 변동폭이 큰 만큼 향후 수요여건의 변화에 따라 건설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뒤바뀔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아파트 분양물량(49만호)은 중장기(2013~2022년) 주택공급계획과 비교하더라도 아파트 추정물량(연평균 27만호)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올해 주택 분양 물량은 가구 수 증가와 주택 멸실 수를 고려하더라도 우리 경제의 기초적인 주택수요와 비교할 경우, 이례적으로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2011년 이후 가구 수 증가와 주택멸실 수를 적용하더라도 기초적인 주택 수요는 연 35만호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주택공급은 연 46만호 내외를 기록하고 있어 그 격차가 10만호를 넘어선다. 올해에는 주택공급량이 70만호(아파트 49만호)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기초 주택 수요 대비 40만여호의 차이까지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준공후 미분양 물량=준공후 미분양 물량은 2000년대 중반에는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2009년에는 주택 수요가 감소하면서 준공후 미분양 물량이 급증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분양물량이 3년의 시차를 두고 준공후미분양물량을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주택수요의 증가세가 유지되지 않을 경우 올해 분양물량 급증이 향후 준공후 미분양물량 증가로 나타날 전망이다.

준공후미분양물량의 결정요인을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준공후 미분양물량은 사용자비용 및 성장률 등과 같은 당해 연도의 주택수요 여건에 크게 영향받는 한편 3년 전에 이뤄진 분양물량에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지역별 GDP 성장률 1%p 하락 및 주택 사용자비용의 1%p 증가는 준공후 미분양물량을 각각 약 12% 및 4% 내외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추정된다.

준공후 미분양물량이 해당 연도의 수요여건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수요여건 변화를 통제한 이후에도 분양물량 1%의 증가는 3년의 시차를 두고 준공후 미분양물량을 0.3% 내외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추정됐다.

▲건설업 및 가계부채에 대한 함의=이번 분석은 향후 준공후 미분양물량이 증가할 경우, 이미 수익성이 매우 열악한 건설업계의 현금흐름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을 보여준다.

준공후미분양물량은 할인분양, (부동산펀드 등에) 할인매각, 분양미수금 혹은 대손충당금 설정 등으로 건설사들의 수익성 및 현금흐름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손꼽힌다.

실제 분양시장이 호조세를 보이던 2006~2007년에 분양한 아파트 물량 중 상당 부분이 2009~10년 준공시점에 준공후미분양으로 처리돼 이 물량을 할인분양하면서 건설사들이 상당한 금액을 손실 처리하기도 했다.

실제로 준공후미분양물량이 급증한 2008년 이후 건설사들의 분양미수금이 급증하면서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급감함에 따라 최근에는 건설업 전체적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 내외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취약한 재무건전성을 감안할 때, 향후 준공후미분양물량이 증가할 경우 건설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현금흐름이 제약되면서 과거에 비해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보다 크게 나타날 가능성까지 예고된다.

한편, 아파트 분양물량이 크게 늘어나 최근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향후에도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대부분의 아파트분양은 집단대출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일정 시차를 두고 중도금이 지급될 때마다 수분양자의 가계대출로 인식되기 때문에 현시점에서의 분양물량 급증은 향후 수년간 가계부채의 지속적인 증가를 의미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정책적 시사점은=올해 아파트분양물량은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주택수요 증가 추세를 상당폭 상회하는 수준에 달한다.

금년 분양물량의 급증은 3년의 시차를 두고 준공후미분양물량의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우호적인 주택수요 여건이 지속되지 못할 경우, 준공후미분양물량은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준공후미분양물량이 증가할 경우 이는 분양미수금 및 대손충당금 등으로 연결돼 이미 수익성이 열악한 건설업의 수익성 및 현금흐름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우호적 금융시장 여건 등에 기인한 최근의 단기적 주택수요 확대 및 분양물량 급증이 중장기적으로 주택 및 금융 시장에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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