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대전체육포럼 사무총장 |
프로축구 경기장이 국민과 선수들을 속이는 그들의 사업장이 된 것인가 보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니 이런 사건들이 우리나라에서 꽤 많이 일어났었고 아직도 왕왕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야구는 2005년도 경북지역 고교야구 승부조작이 대표적인데 KBS의 '취재파일 4321'을 통해 우리나라 심판들의 썩은 양심인 아래 내용이 그대로 방영됐었다. 이날 주심은 심판위원장에게 “형님, 주심 똑바로 볼까요?”라고 묻는다. 심판위원장은 “A팀 쪽으로 신경 써. 3회까지 가봐서 B팀이 점수 (너무)많이 따버리면 (승부 조작 포기하고) 그때부턴 똑바로 보면 돼”라고 대답했다. 스트라이크 판정부터 세이프냐 아웃이냐를 가려내는 일까지 경기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게 야구 심판이다. 그 경기에서 결국 A팀이 승리했다. 이런 일들은 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여러 종목에서 벌어진다고 볼 수는 있는 증거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축구는 2010년 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한 심판과 대한축구협회 경기위원까지 줄줄이 입건된 바 있고, 농구는 2012년 프로농구 심판이 유리한 판정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것이 발각되어 입건된 73명 중 대한농구협회 심판위원장과 간사가 구속된 바 있다.
승부조작은 비단 프로스포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프로와 아마추어, 초·중·고·대를 막론하고 체육계 내에서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해마다 열리는 전국체전에선 조직적인 심판 매수로 승리와 패배가 미리 결정된 채 게임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외에도 지역 협회장기와 소년체전 예선전 등에서 심판장을 포함한 몇몇 협회 간부들의 조직적인 승부조작 지시가 있었다는 심판들의 고백이 줄을 이었다. 태권도는 노골적인 승부조작을 일으킨 심판에게 6개월 출전 정지라는 가벼운 징계만을 내렸고, 이를 통해 또다시 승부조작의 중범죄가 발생해 피해자 아버지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본 정부는 스포츠계의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2월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를 만들었으며, 이를 통한 승부조작과 편파판정 관련 신고가 1년 만에 무려 44건이 접수돼, 2건의 형사고발, 14건의 징계조치가 내려졌다.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 소속인 이에리사 의원은 스포츠 승부 조작, 심판 오심, 선수 폭력, 성폭력 및 인권침해 등 스포츠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반윤리적 행위에 관한 총괄 업무를 수행하는 '스포츠공정위원회 설립'을 골자로 하는'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하였으나, 발의된 지 2년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똑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유관기관인 대한체육회가 강력한 대책을 전혀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수와 지도자, 모든 관중을 상대로 대사기극을 벌이는 나쁜 심판이 다시는 스포츠계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하는 엄한 처벌을 필요하다. 이들이 다시 초중고 심판을 본다든지, 심판위원회나 협회 임원을 한다든지 등의 솜방망이 처벌이 이루어진다면 그들도 한패라고 생각해야 옳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비양심적인 심판이 스포츠계에서 영원히 추방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 주고, 이를 신고할 수 있는 방법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대전체육포럼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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