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 차출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석상에서 '진실한 사람' 발언 이후 현 정권에서 청와대와 정부에 몸담았던 고위급 인사들이 잇따라 TK(대구·경북)나 PK(부산·경남), 서울 강남권 등 새누리당 텃밭에 출마를 노리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그 배경이다.
3선의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청주 상당)은 2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 당내 소장·개혁파로부터 제기되는 '지도부·중진 험지 차출론'에 대해 “당을 위해서 내가 희생해야 한다면, 당의 명령이 새누리당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나는 거기에 따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중진 가운데 험지 차출 요구에 응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정 의원이 처음이어서 여권 내에서의 파급 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
전날(1일)에는 대전 출신이면서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태 의원(재선·서울 양천을)이 김무성 대표를 향해 텃밭인 부산 지역구를 떠나 열세 지역인 수도권 출마 내지 비례대표 말번으로 내년 총선을 치러줄 것을 촉구했다.
김 대표가 2일 '수도권 차출론'에 대해 “나는 지역구민에게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그러나 새누리당 충청권 맹주를 꿈꾸는 정우택 위원장이 같은 정무위원회 소속이면서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용태 의원의 주장에 재차 힘을 실어줌에 따라 김 대표는 머쓱해졌다.
정 위원장과 김 의원은 충청을 연고로 한 고향 선후배 사이인데다 상당한 정치적 교분을 갖고 있어 '험지 차출론 합창'이 내년 4월 총선은 물론 차기 대선 구도 까지 염두에 둔 '충청대망론'의 한 흐름으로 읽힌다.
4월 총선을 발판으로 확실한 충청 맹주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해온 정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충청 대망론'얘기를 꺼내며 사실상 자신도 '잠룡' 반열에 올려놓았다.
정 위원장은 충북 음성 출신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뿐만 아니라 2~3명의 잠룡이 더 있다는 첨언을 통해 여권내 다른 대선 주자들의 '상상력'을 자극시켰다.
2~3명의 범주에는 정 위원장과 이완구 전 국무총리, 지난 9월에 '김무성 대권 불가론'에 이은 '충청 주자 '2~3명'을 언급한 청양 출신의 윤상현 의원(재선·인천 남구을)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는 게 충청 정가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정국에서 '충청친박' 존재감에 이어 두 사람의 '험지 차출론' 발언이 중앙 정치무대에서 충청 정가를 결집 시켜주는 기폭제가 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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