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폐기물시설 갈등' 대전 어남동을 찾아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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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폐기물시설 갈등' 대전 어남동을 찾아가보니

주민 "빨래도 못하고 소음에 잠도 못자는데… 건설폐기물시설 인허가 안될 말" 마을주변 공장 시설만 4곳 매연에 도로훼손까지 심각…주민 “설치 결사반대” 입장

  • 승인 2015-12-02 17:56
  • 신문게재 2015-12-03 8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2일 오전 10시에 찾아간 대전 중구 어남동의 울창한 숲. 상쾌함이 아닌 불쾌한 냄새가 기자의 코를 자극했다. 어남동에 아스콘공장 2곳과 레미콘공장,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 등 4곳의 공장을 오가는 레미콘과 덤프트럭의 매연이 동네를 가득 메웠다. 젊은이 하나없는 어남동엔 웃음소리 대신 차량들의 소음이 울려 퍼졌다.

비가 제법 내리자 울퉁불퉁한 도로엔 빗물이 고였다. 웅덩이를 밟고 지나간 트럭 뒷자리엔 뿌연 매연과 흙탕물만이 남았다. 어르신들은 인도조차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도로를 덤프트럭 옆으로 위험천만하게 걸었다.

이런 상황이 몸에 익숙해진 탓인지 어르신들은 위험하단 생각을 잊은 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다만 추가로 설치될 대덕아스콘환경이란 건설폐기물처리시설이 들어오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이미 들어선 공장들로 인해 하루하루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데, 추가로 건설폐기물처리시설이 들어설 경우 트럭 양은 늘어나고 피해는 더욱 심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주민 A 씨는 “레미콘과 덤프트럭으로 인해 도로가 많이 훼손돼 과적차량 단속 카메라를 설치해 달라고 경찰청에 요청했지만 협의 등의 이유로 안된다는 답변만 받았다. 도로정비가 잘 돼 있다면 피해가 그나마 적겠지만 중구청은 예산타령만 할 뿐 뾰족한 해결방안을 마련해 주지 않는다”며 건설폐기물처리시설이 들어설 부지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도로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피해는 더욱 심했다. 트럭들이 쌩쌩 지나다니며 모래바람을 불러일으켜 빨래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주민 B 씨는 “평소에 불어 닥치는 먼지 때문에 빨래를 해도 집안에서 말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비가 올 땐 구정물이 몸에 튀고 차를 타고 다녀도 고인 흙탕물이 차에 튀어서 세차를 하나 마나 하는 상황”이라고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농작물을 키우는 농민들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인삼을 재배하는 주민 C 씨는 경운기 끌기가 무섭다고 한탄했다.

C씨는 “경운기는 속도가 느린데 큰 덤프트럭이 뒤에서 바짝 쫓아오면 큰 위협이 된다”며 “일부 주민들은 밤에 다니는 트럭 때문에 밤잠을 설칠 정도”라고 푸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27일 금강유역환경청이 대덕아스콘에서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조건부 동의 통보를 하면서 주민들의 한숨을 더욱 깊어졌다.

올 해 초부터 건설폐기물처리시설 설치를 극구 반대했던 주민들은 입장을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어남동에 소재한 노인요양시설 운영자는 “이미 어남동엔 공장들이 즐비해 주민들이 극심한 피해를 받고 있는데 추가로 설치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들어선 공장까지는 이해를 하겠지만 더 이상의 피해는 입지 않았으면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대해 환경적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고, 소음과 교통안전 등 일곱가지 지적사항에 대해 조치할 것을 통보했다. 현재 중구는 대덕아스콘에 금강유역환경청의 검토 결과를 전달했고, 대덕아스콘 측이 지적된 사항에 대해 조치계획을 세워 제출하면 타당성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중구 관계자는 “의회 의견 청취와 관련 부서 협의, 중구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가 남았다”며 “절차가 진행된다면 내년 4월 최종 결정난다”고 말했다.

어남동엔 건설폐기물처리시설을 반대하는 현수막만이 외롭게 주민들의 힘 없는 목소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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