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대덕구청장과 대전시장 재임 당시 도시철도 2호선과 무상급식 등의 현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며 '앙숙'처럼 지내왔다. 특히, 지난해 7·30 대덕구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 염 전 시장의 한 측근 인사가 개인 의지로 참여했음에도, 야당 후보를 돕는 모양새를 여겨져 양측의 갈등은 극에 달하기도 했다.
그만큼 적대자로 비치는 두 사람이 손을 잡은 것이다. 왜일까.
우선은 정 의원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내에서 단합과 결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과 구청장 4석을 차지하며 기세등등해진 야당을 상대로 선거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는 앞서 대전시당의 토론회 등 수차례의 언급을 통해 내년 총선 상황을 녹록지 않다고 진단한 뒤 강창희 전 국회의장과 염 전 시장의 퇴장에 따른 보수층 리더의 부재 및 옛 자유선진당계와의 화학적 결합 미진 등을 이유로 꼽은 바 있다.
그러나 선진당계를 대변 내지 흡수하는 한편, 보수층의 결집을 도모할 최적의 적임자를 물색하기는 쉽지 않았던 듯하다.
이에 따라 염 전 시장을 다시 무대 위로 올리되 상담역에 불과한 위즈덤 위원회의 의장직을 맡기는 고육책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이 살아야 정 의원 처지에서도 자신의 웅지를 펼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점에서 염 전 시장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분석도 있다. 그는 수시로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서 유일하게 홀로 당선된 뒤 겪었던 고초를 토로한 바 있다. 그간 시당 차원에서 외연 확대를 위한 노력이 적지 않았지만, 확실하게 투표장의 표심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인 만큼, 지역에서 여전히 두터운 지지세력을 가진 염 전 시장을 주목했다는 얘기다. 위즈덤 위원회의 구성 면면이 염 전 시장 측근그룹이 대다수임에도 정 의원 측이나 당내에서 문화예술계 등의 인사가 많이 포진된 점 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는 차기 권력구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시각과도 맞닿아 있다. 내년 총선은 새누리당 즉, 대전지역 여권 내 새로운 중심축이 세워진다는 의미도 내재돼 있다.
이장우 의원(대전 동구)과 정 의원은 지역 여권 내 차기 리더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재선 성공이라는 고지를 넘어야만 가능하다.
특히, 시당위원장으로서 총선에 중앙당 전략의 마중물 겸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임무를 맡은 정 의원에게 총선 결과는 중요한 평가지표가 될 수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정 의원에게 내년 총선은 여러 의미가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본인의 입지와 맞닿아 있다”면서 “염 전 시장에 손을 내민 것은 그가 가진 지지세력을 통한 야당과의 세력전 승부에서의 우위만 아니라 선거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으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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