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미래핵심역량의 가치를 인문학에서 찾아보고자 올해 충남도교육청과 공동으로 인문학이 꽃피는 교실을 만들고자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인문학교실이 그동안 학생 위주였다면 이제는 교사들이 직접 나서 학생들을 인문학 길로 안내하고자 교사 동아리를 운영하는 등 인문학 부활에 힘쓰고 있다.
이에 공주여고 책바라기 교사들이 말하는 인문학 르네상스를 들어보면서 인문학과 미래핵심역량의 관계를 살펴본다.
▲서(書)로 시작했어요=공주여고(교장 이옥주)는 2013년 전국에서 2개 고등학교를 뽑는 대한민국 미래학교에 선정돼 인성교육, 진로교육, 방과후학교 교육활동이 그 어느 학교보다 우수함을 인정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공주여고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인문학 교사동아리 '책바라기'를 중심으로 인문학 르네상스를 꿈꾸는 것이다. 책을 통해 학생들의 꿈을 담자는 의미와 책만 바라보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조합한 책바라기는 교장을 비롯해 9명의 교사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책바라기는 지난해 3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동아리로 8개 교과 교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학생과 교사가 소통하고,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함으로써 모두가 행복해지는 인문학적 독서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학생들의 인문학적 역량을 키우도록 교과별 교육과정 재구성과 인문학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고, 인문학 행사를 주관하는 등 주축이 되고 있는 것이다.
회장을 맡은 김인순(국어·교육연구부장) 교사는 책바라기 동아리 결성과 관련해 “교사 스스로 인문학의 중요성과 즐거움을 체득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고, 학교 내 인문학적 문화 풍토를 조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책바라기 정회원으로 평소 독서교육에 관심이 많은 이옥주 교장은 “책 세상으로 여행하는 즐거움을 느껴 봄으로써 책을 가깝게 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나누는 학생을 키우는 독서토론수업으로 학생들의 창의성 및 인문학적 소양을 풍부하게 함양할 수 있다. 그런데 교사 혼자만 행복을 누린다면 그건 진정한 인문학이 아니다. 행복한 사람이 주변까지 행복하게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교사와 학생이 모두 행복한 것, 이것이 인문학의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서(書)로 이야기해요=시는 인문학의 시작이면서 완성이다. 시에는 세상과 나에 대한 물음, 행복, 진로, 사랑, 자유 등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인문학의 주제들이 모두 농축돼 있다.
짧은 글로써 깊고, 넓은 인문학적 깨달음을 드러내는 시인들은 가장 훌륭한 인문학자이다.
책바라기는 이에 지난해부터 '꿈들채의 행복한 시외우기대회', '시와 음악이 있는 시콘서트', 시선집을 제작해 전교생에게 배부하는 등 학교 구성원의 인문학교육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학생들이 교과서나 문제집에서만 접할 수 있는 시인을 직접 만나는 기회도 제공한다.
시의 맛과 멋, 그리고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시 콘서트를 열어 학생들에게 직접 시체험의 기회를 준다.
공주여고는 지난해 이정록 시인을 초청한 데 이어 오는 15일에는 신현수 시인 초청, 시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이옥주 교장은 “생활 속에서 모든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호흡할 수 있는 인문학 사업을 전개하고자 노력 중이다”며 “앞으로도 삶 속 인문학 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사람다운 정이 넘치고 따뜻해지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공주여고 책바라기 교사동아리는 따라서 책을 매개로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여러 개의 통로를 마련했다. 다독자상, 다독학급상, 독서토론대회, 독후감쓰기 대회, 독서골든벨 대회, 독서포트폴리오 대회 등 책 속의 세계에 머무르지 않고 책 밖의 세계까지 지평의 인식을 넓히도록 말이다.
공주여고는 아침 자율독서 25분 운동, 독서포트폴리오 대회, 다독자·다독학급 시상 등 활동을 통해서 필독·권장도서 읽기를 권한다. 또 깊이 있는 독서를 위해 독후감 쓰기 대회,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대상 과정중심 독서대회, 독서골든벨대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구예인 학생(1학년)은 “인문학을 공부하다 보니 그동안 '직업'을 단순히 진로로 삼아 왔는데, 진로는 직업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삶을 살고자 항상 꿈을 꾸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독서포트폴리오 쓰기를 통해 머릿속에서 아직 채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書)로 배워요=인문학 목표는 '배움'이다. 인문학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때 먼저 실시해야 할 것은 독서 나눔 활동이다. 동양 고전(맹자, 논어 등)과 서양 고전을 읽고, 친구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교사가 그 방향만 제대로 잡아주면 서로에게 공감하고 같이 웃고 때로는 슬퍼해 주는 그 과정 자체가 학생들에겐 큰 의미가 있다. 어느 순간 한층 더 내적으로 성장한 자신과 맞닿아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서(書)로 Book積(적)-Book積해요= 매월 진행되는 정기독서토론 모임은 책이야기로 시작해서 문학부터 소설, 교육 영역을 비롯한 인문사회과학 관련 서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교사들이 합의해 선정해 함께 읽은 후, 교사 각각의 생각과 의견, 경험을 이야기하는 등 자연스럽게 수업과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독서·토론수업을 위한 모임은 전문 도서와 수업 시 활용될 수 있는 배경지식을 쌓도록 회원들이 수업에 앞서 도서를 선정·구입해 독서 후 토론을 진행한다.
이때 회원들은 독서토론수업 유형 탐구와 각 유형의 특징을 수업에 활용하고 주제를 정해 월별 읽을거리를 탐독한다. 그리고 한 가지 이상의 토론 주제를 정해 회원 상호간 상반되거나 유사한 감정 주고받기 토론을 한 후, 마지막 단계에서 독서 후 파트별 중요 내용을 요약 정리해 회원 모두가 공유한다.
이처럼 공주여고 책바라기 교사동아리는 교사와 모든 학생이 독서의 진정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행복한 평생 독자가 됨은 물론 인문학 부활에 초석을 다진다.
내포=이승규 기자 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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