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의료기관 입원 환자 병문안 기준' 권고문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병문안 인식개선 운동에 나섰다. 병문안 기준은 바람직한 병문안 문화의 정착을 위해 보건당국과 시민사회(한국환자단체연합회·소비자시민모임), 의료계(대한병원협회)가 함께 마련했다.
단체로 병원을 방문하고, 가족이나 간병인이 숙식하며 환자를 돌보는 한국식 병문안 문화는 메르스 확산의 주범으로 지적돼왔다. 국내 메르스 환자 186명 중 64명이 병실에서 감염된 환자 가족과 문병객이었다.
기준안은 “병문안이 환자 치료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본 원칙을 정하고 있다. 병문안이 환자 치료에 장애가 되고, 환자와 병문안객 서로에게 감염의 위험이 될 수 있어서다.
다만 병문안이 불가피한 경우를 대비해 병문안 허용 시간을 정했다. 전국 의료기관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병문안 시간은 평일 오후 6~8시, 주말·공휴일 오전 10~12시와 오후 6~8시다. 의료진이 환자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진료, 회진, 교대시간을 피했다.
친지, 동문회, 종교단체 등의 단체방문은 제한된다. 병문안객이 병원을 찾을 때는 반드시 손을 씻고, 입을 가리는 기침예절을 지켜야 한다. 꽃이나 화분, 외부 음식물을 가져갈 수 없다.
앞으로 병문안객은 방문 날짜와 호실, 이름, 환자 관계 등을 적는 '병문안객 기록지'도 작성해야 한다. 기록지는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역학조사를 위한 단서로 활용된다.
그러나 병문안 기준은 권고 사항으로 위반을 해도 법적 제재가 가능하지 않다. 아직 '병문안은 예의'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선 병원에선 법적 제재력이 없는 병문안 기준은 무용지물이라는 반응이다. 메르스 사태 이후 하루 2회의 면회시간을 운영하고, 방명록을 작성케 하는 등 개선 노력에 나섰지만, 법적인 근거가 없다보니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 지역 대학병원 관계자는 “위반행위에 따른 법적 제재가 없는데 굳이 병문안 기준을 지키는 방문객이 얼마나 되겠냐”며 “병문안 문화를 바꾸기 위해선 법적인 뒷받침이 먼저 필요하며, 그 뒤 국가적 차원의 홍보와 병원의 노력, 성숙한 시민의식 등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관에서 병문안 개선방안 안내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의료법 시행규칙에 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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