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르 병문안 사라질까…법적 제재력 없어 효과 의문

  • 문화
  • 건강/의료

우르르 병문안 사라질까…법적 제재력 없어 효과 의문

보건부 허용시간 전국 의료기관 공통적용 등 기준안 발표 단체방문 제한, 기록지 작성 필수… 법적 제재력은 없어 효과 의문

  • 승인 2015-11-29 16:38
  • 신문게재 2015-11-30 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키운 한국식 병문안 문화 개선을 위한 병문안 기준이 발표됐다. 병문안 가능시간을 일괄 적용하고, 단체방문을 제한하는 등 강도 높은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법적 제재력이 없는 권고사항이라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의료현장에서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의료기관 입원 환자 병문안 기준' 권고문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병문안 인식개선 운동에 나섰다. 병문안 기준은 바람직한 병문안 문화의 정착을 위해 보건당국과 시민사회(한국환자단체연합회·소비자시민모임), 의료계(대한병원협회)가 함께 마련했다.

단체로 병원을 방문하고, 가족이나 간병인이 숙식하며 환자를 돌보는 한국식 병문안 문화는 메르스 확산의 주범으로 지적돼왔다. 국내 메르스 환자 186명 중 64명이 병실에서 감염된 환자 가족과 문병객이었다.

기준안은 “병문안이 환자 치료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본 원칙을 정하고 있다. 병문안이 환자 치료에 장애가 되고, 환자와 병문안객 서로에게 감염의 위험이 될 수 있어서다.

다만 병문안이 불가피한 경우를 대비해 병문안 허용 시간을 정했다. 전국 의료기관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병문안 시간은 평일 오후 6~8시, 주말·공휴일 오전 10~12시와 오후 6~8시다. 의료진이 환자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진료, 회진, 교대시간을 피했다.

친지, 동문회, 종교단체 등의 단체방문은 제한된다. 병문안객이 병원을 찾을 때는 반드시 손을 씻고, 입을 가리는 기침예절을 지켜야 한다. 꽃이나 화분, 외부 음식물을 가져갈 수 없다.

앞으로 병문안객은 방문 날짜와 호실, 이름, 환자 관계 등을 적는 '병문안객 기록지'도 작성해야 한다. 기록지는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역학조사를 위한 단서로 활용된다.

그러나 병문안 기준은 권고 사항으로 위반을 해도 법적 제재가 가능하지 않다. 아직 '병문안은 예의'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선 병원에선 법적 제재력이 없는 병문안 기준은 무용지물이라는 반응이다. 메르스 사태 이후 하루 2회의 면회시간을 운영하고, 방명록을 작성케 하는 등 개선 노력에 나섰지만, 법적인 근거가 없다보니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 지역 대학병원 관계자는 “위반행위에 따른 법적 제재가 없는데 굳이 병문안 기준을 지키는 방문객이 얼마나 되겠냐”며 “병문안 문화를 바꾸기 위해선 법적인 뒷받침이 먼저 필요하며, 그 뒤 국가적 차원의 홍보와 병원의 노력, 성숙한 시민의식 등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관에서 병문안 개선방안 안내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의료법 시행규칙에 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4.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4.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