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우 바리스타 |
이상의 대표작으로 '날개', '오감도(조(鳥)에서 획을 하나 빼서 오(烏))'가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새와 관계가 있습니다.
이상은 또한 커피도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몇 개의 다방을 하게 되는데 다방 이름도 '제비', '쯔루(학)' 등입니다. 다방 이름도 새와 관계가 있군요.
이상은 이렇게 새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상은 프랑스의 영화감독 '르네 클레르(새를 가지고 실존주의 표방)'를 무척 좋아했다고 합니다. '르네 클레르'가 추구했던 것은 '아방가르드:문학에서 새로운 경향이나 운동을 선보인 사람이나 작품', 즉 전위예술, 예술적 경계를 허문다는 표현의 일종이고 그 시절 실존주의의 맨 앞에 이상이 있었던 것입니다.
또 1930년대 당시 유럽에서 유행했던 '에피그램(Epigram):아주 짧은 시'을 받아들인 결과물이 '오감도'입니다. 실제로 이상은 제비 다방을 운영하면서 '날개'와 '오감도'를 발표합니다.
'오감도' 발표 후 이상의 친구이자 지지자인 시인 김기림이 제비 다방을 방문해서 이상에게 “도대체 무엇이냐”라고 물으니 이상이 “그냥 있었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상은 언어적 유희를 즐긴 사람이고,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천재 이상의 언어유희에 매료당하고 있습니다.
제비 다방은 반지하 정도에 벽이 유리로 되어 있어 밖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 제비다방 벽에는 '르네 클레르'의 흑백영화 사진(새 사진)이 많이 걸려 있었다고 합니다.
이상의 수필 '산촌여정'을 보면 '향기로운 MJB의 미각을 잊어버린 지도 20여일'이라는 첫 구절이 나옵니다. (산촌여정-'향수'의 작가 정지용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의 수필)
여기서 MJB는 미국산 커피 이름입니다. 설립자의 이니셜을 따왔다고 합니다. 깡통에 든 MJB, 이상의 커피입니다. 일제 강점기 이상은 '자유의 커피'이자 '문학적 해방구로서의 다방'을 꿈꾸고 암울한 시대에 '유럽의 커피하우스(유럽의 문학, 과학, 정치, 사상, 학문이 탄생한 곳)'를 꿈꾸는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술과 시인의 맑은 영혼이 담긴 커피. 오늘 이상을 생각하며, 맑은 커피 한잔을 내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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