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대전 유성구 원내동에서 발생한 경찰 사칭 중고차 강도 사건은 일당의 치밀한 계획에서부터 출발했다. 빚 상환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장모(34)씨와 배모(32)씨는 범행 한 달 전, 중고차 판매원과 연락할 대포폰을 한 대 구입했다.
본인 명의의 휴대폰을 이용하면 금방 경찰의 추적을 받기 때문에 추적이 어려운 대포폰을 사용한 것.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포폰은 인터넷에서 구입했으며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온라인 중고 자동차 매매 사이트를 검색해 최근 연식의 고급 외제차를 범행 대상으로 선정했다. 대포폰을 이용해 중고차 판매원에게 “시운전을 하고 싶다”며 약속 장소와 시간을 조율했다.
장씨는 중고차 딜러를 만나기 전 '경찰'을 사칭하기 위해 부산에 있는 한 경호용품점에서 철제 수갑을 구입했다. 수갑을 구입할 때 신분증 조회 후 성인이면 구할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었다.
피해자를 쉽게 제압하기 위해 전기충격기도 이용했다. 전기충격기는 소지허가를 받은 뒤 사용이 가능한데 2년 전 장씨가 호신용으로 구입해 놓았던 것이 범행에 사용됐다.
유성서 형사과 도남수 강력1팀장은 “대포폰 단속도 강화되고 있지만 음지에서 이뤄지는 거래가 많다”며 “이번 사건에서도 일당이 어렵지 않게 대포폰을 구입한 것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소지한 호신용 물품이라도 범죄에 악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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