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달부터 95개 공립(병설·단설) 유치원이 내년도 원아모집에 나섰다.
실제로 서부지역에 위치한 A유치원은 모집 공고 전부터 학부모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인근 충북 청주의 경우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은 유치원 상당수가 10대 1에 가까운 치열한 경쟁률을 보여, 추첨을 통해 마감하기도 했다.
만 4세의 자녀를 두고 있는 김지현(35·대전 서구)씨는 “주변 엄마들이 '대학입시 만큼 치열하다'고 말할 때 우스갯소리인줄만 알았다”면서 “더군다나 집 근처에 있는 유치원의 경쟁률이 높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정부와 시교육청간 어린이집 예산 줄다리기에 상당수 학부모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미연(36·대전 대덕구)씨는 “공립유치원 입학문이 워낙 좁아 어린이집에 눈길을 돌리고 있던 참이었는데, 예산 지원이 끊긴다고 하니 당혹스럽다”며 “매년 '누가 부담하느냐'를 놓고 되풀이 하는 모습에 이젠 짜증이 난다”고 토로했다.
올해 유독 공립유치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은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둘러싼 예산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데다 최근 잇따른 어린이집 아동학대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 중 대전과 세종, 충남, 충북, 경기를 제외한 12개 시·도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필요한 예산을 전액 편성한 상태다.
대전시교육청은 열악한 지방재정을 이유로, 유치원 교육비 734억원은 확보했으나 어린이집 보육료 550억원을 편성하지 않았다. 설동호 교육감은 지난 18일 대전시의회 시정연설에서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문제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정부가 목적예비비 등을 내려주는 등의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당장 내년부터 대전은 '보육 대란'이 불가피한 셈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원래부터 학부모들이 공립유치원을 선호하긴 했으나, 이번 누리과정 예산 갈등 여파로 유치원에 더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성소연 기자 daisy82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