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총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실시하고 있는 당원명부 조사를 놓고 내부 반발이 일고 있다.
조사 주체가 당협위원회(새정치민주연합은 지역위원회)이기 때문.
각 당의 중앙당에서 내린 지침에 따른 것이나 현역 국회의원을 비롯, 당협위원장을 상대로 경쟁해야 하는 신인 등의 출마예정자들은 “경쟁자에게 자신을 지지하는 당원들을 알려주는 꼴”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는 공천 경쟁이 경선 방식에서 치러질 경우, 현역 의원 등이 당협 조직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어 애초부터 불리한 상황인데 경쟁자의 지지자들이 누구인지 파악하게 함으로써 더 불공정한 경선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는 주장이다.
새누리당의 한 출마예정자는 “인지도나 조직력을 갖춘 현역 의원과 경쟁하는 것만 해도 벅찬 일”이라고 전제한 뒤 “경선 전에 상대의 지지자들이 누구인지를 파악하게 해준다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완전히 상대에게 유리하게 해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새정치연합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다만, 충청권 내 새정치연합 현역 의원 지역구에는 별다른 경쟁자가 없기에 원외 지역위원장을 둔 지역구에서 출마예정자들의 불만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양상이다.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앙당은 최근 권리당원 명부를 지역위원회별로 전수조사하라는 지침을 시·도당에 하달했고, 대전·세종·충남이 파악해야 되는 인원수는 1만5000명에 달한다.
출마예정자들이 제출한 명부에 이름을 올렸지만, 당비 결제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인원들의 기재사항 정정 및 허위 기록 등의 부정사례를 솎아내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지역위원회는 당비를 미납한 당원들을 상대로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수작업 방식으로 당 조직을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지역위원장과 경쟁하는 출마예정자들의 지지자 명단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위가 지역위원장의 측근들로 꾸려진다는 점에서 이런 의혹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새정치연합의 한 출마예정자는 “입당원서를 접수는 시·도당이 해놓고 확인은 왜 지역위원회에서 하는지 납득키 어렵다”면서 “지역위원회가 지역위원장 측근들로 구성되는 점에 미뤄볼 때 반(反) 지역위원장 당원이 누구인지 경쟁 전에 알려주는 셈”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나 각 시·도당의 관계자들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태도이다.
중앙당에서 내린 지침에 따른 것이고, 당비납부 상황, 연락처 등을 정비하는 것은 당협 및 지역위의 책무라는 이유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 지침에 따른 것이고 공천 경쟁에 누가 들어갈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이를 사전에 파악한다고 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했고, 새정치연합 관계자도 “당 산하 조직이 지역위로, 지역위에 지워진 책무가 조직 정비로 다소 불리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절차상 문제는 없다”라고 반박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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