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우 바이핸커피 대표 |
이효석은 평창군 봉평에서 태어나 경성제국대학교 법문학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숭실전문과 대동공업전문학교 교수로 재직한 당대 최고의 엘리트였으며, 구인회 멤버이자 동반자작가(혁명적 예술가가 아닌 혁명의 예술적 동반자)이고 1920~30년대 유행을 선도했던 모더니스트였고, 대표적인 딜레탕트(Dilettante:비직업적 애호가)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메밀꽃 필 무렵'(허생원과 동이가 밤길을 걸어 장에 가면서 '메밀밭에 소금이 뿌려지고' 하는 표현들과 달밤에 이야기를 하면서 동이가 자기 친자식이라는 것을 점점 알아가는 내용)의 이효석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메밀꽃 필 무렵의 내용은 다분히 토속적이고 통속적인 소설입니다. 이 작품 하나로 우리는 이효석의 이미지를 고착화시켰습니다. 실제 이효석의 다른 작품 '도시와 유령', '상륙' 등은 도시적이고 이효석의 삶과도 대비되는 소설인데도 말입니다.
이효석은 커피와 빵, 버터를 즐겼으며, 모짜르트, 쇼팽, 그리고 프랑스 영화를 탐닉했으며, 붉은 벽돌집에서 생활했으며, 서구적 취향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1930년대에 말입니다.
이효석은 때때로 전철을 타고 백화점에서 갓 볶아낸 커피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방 안에 든 커피의 향이 너무나 궁금해 다른 사람 모르게 향을 맡으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는 자기 모습이 어린애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생활을 즐기며 행복해합니다.
이효석의 또 다른 대표 수필 '낙엽을 태우며'의 '갓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에서 개암 냄새는 바로 헤이즐넛 향입니다.
이효석의 커피는 헤이즐넛커피이고, 헤이즐넛커피 원두는 인공적으로 '가향(향을 가미)'을 해서 만드는 커피입니다. 실제 헤이즐넛커피 원두는 커피 원두에 헤이즐넛 추출물 약간을 섞거나, 인공으로 만든 향을 넣어서 만듭니다. 지금은 생산되지 않아 헤이즐넛 시럽을 첨가하여, 헤이즐넛커피를 즐깁니다. 깊어지는 가을, 헤이즐넛 커피 안에서 이효석이 느껴지시는지요?
박종우 바이핸커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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