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동의로 강제 입원, 정신병원 '인권' 괜찮나

본보 보도 '쓰레기 먹는 여성' 동생 보호의무자격 조사 앞둬 충청 非자의 수용자 평균 넘어… 침해신고 350여건 '대책 절실'

[월요포커스]

▲ 쓰레기통에서 먹을 것을 찾던 여성의 사연이 소개된 2014년 2월 6일자 6면 본보 보도. 여성은 이후 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입원됐다.

지난해 2월 대전 대덕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음식물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꺼내던 임모(57·여)씨. 가족 없이 아파트에서 외톨이로 지내던 임씨는 열흘쯤 전부터 쓰레기통을 뒤지기 시작했고 야윈 몸으로 한겨울을 보내는 모습에 주민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도움을 주려 본보가 임씨의 사연을 보도했고, 지자체가 제공한 도움은 남동생의 동의를 받아 임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이었다.

창문 방범창을 뜯고 들어온 소방대원 손에 이끌려 임씨는 입원할 병원에서 진단을 거쳐 해당병원 정신과에 수용됐고, 21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폐쇄병동에 입원 중이다.

이와 관련, 임씨의 동생이 누나의 강제입원을 결정할 보호의무자 자격을 갖췄는지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사무소에 진정을 접수했고, 인권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정신질환이 있다고 의심되면 본인 뜻에 관계 없이 보호의무자의 동의와 의사 진단만으로 강제입원시키는 제도가 대전·충남·북 정신보건시설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지역 정신보건시설 내 인권침해 신고도 350여건이나 돼 본인의 비동의 강제입원에 따른 인권침해 우려도 크다는 목소리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3년 정신보건 통계현황집'에서 지역 정신보건시설에 본인 뜻으로 입원한 경우는 대전 2108명 중 339명(16.1%), 충남 5801명 중 697명(12%), 충북 3668명 중 640명(17.4%)에 불과하다.

정신병원과 병원 정신과 등 폐쇄병동에 입원한 환자 중 대전 83.9%, 충남 88%, 충북 82.6%가 보호의무자의 강제입원제도에 의한 비자의 수용된 환자인 셈이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입원 환자 전국 평균 비율 73.5%보다 높다.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사무소에도 지역 정신보건시설 인권침해를 조사해 달라는 진정이 전체 진정 건수의 절반에 육박한다.

국가인권위 대전사무소에 따르면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올해 인권진정 743건 중 358건(48.2%)이 정신보건시설이라는 한 분야에서 접수됐다. 보호의무자의 자격없는 이가 찍은 도장을 받아 대상을 강제입원시키거나 입원계속 여부를 결정하는 서류를 조작하는 등의 행위가 충남ㆍ북의 정신병원 4곳과 정신요양원 1곳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 대전사무소 관계자는 “본인의 뜻 아닌 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입원제도는 정신질환이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부분이 있다”며 “퇴원을 할지라도 병원 문 앞에서 또 다시 다른 병원에 옮겨지는 등 회전문 입원이 공공연하게 이뤄져 길게는 수십년까지도 강제입원을 허용하는 제도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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