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진 선수 |
196cm의 키에서 내뿜는 시속 150~161km의 오타니 강속구는 한국프로야구 선수들의 강타선을 침묵으로 몰아넣었다. 6이닝 동안 91개의 공을 던져 2안타 무실점에 탈삼진만도 무려 10개나 잡아냈다. 한국 타자들은 연신 헛방망이를 휘둘렀다. 유일하게 박병호의 2루타만이 체면치레를 했다.
오타니는 시속 155km를 넘나드는 직구를 주종(57개)으로 하면서도 140km가 넘는 포크볼(25개)을 던졌다. 정통 우완 투수답게 장신의 키에서 내리꽂는 강속구와 포크볼은 아시아 최고를 넘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 투수급의 수준이었다. 일본 대표팀은 오타니라는 이런 괴물 투수 외에 2015년 일 프로야구에서 탈삼진 215개를 잡은 노리모토 다카히로를 투입해 한국의 김현수, 이대호, 박병호라는 클린업트리오를 무너뜨렸다. 8회 2사 만루에서 김현수로 하여금 볼성 공에 방망이를 휘두르게 해 3구 삼진을 잡아냈다.
반면에 한국 대표팀의 김광현 선수를 비롯한 주전 투수들은 일본의 오타니와 다카히로의 구위에 비해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
지난 8일 밤 일본 삿포로돔의 주인공이 오타니였다면 지난 2009년 WBC결승전에서 한국을 주저앉게 한 일본의 괴물투수는 다르빗슈 유였다. 한국 타자들을 상대로 최고 구속 154km의 강속구와 투심(슈트 일종),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체인지업, 커터, 싱커 등 모두 8개의 구질을 적절해 배합하며 한국의 강타선을 잠재웠다.
다르빗슈 유는 오타니처럼 일본 홋카이도 니폰햄파이더즈 소속으로 있다가 지난 2012년 텍사스레인저스에 입단했다. 6년 동안 계약금은 6000천만 달러(포스팅 금액 5170만3411달러)이었다. 반면에 LA다저스의 류현진 선수의 계약금은 6년 동안 3600달러다.
오타니나 다르빗슈 유 못지않은 괴물 투수가 일본에는 한 명 더 있다. 다나카 마사히로다. 다나카는 고교 시절 57경기 35승 3패 329이닝 동안 1.31 ERA(자책점) 458탈삼진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프로 시절 일본 프로역사상 28경기 무패, 27 경기 선발 등판에 24승 0패, 방어율 1.27이라는 미친 기록을 냈다. 다나카가 2013년 일본 퍼시픽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일본 프로야구계를 평정하고 뉴욕양키스팀으로 이적할 때 포스팅 금액(2000말 달러)이 아닌 계약금으로 7년 동안 무려 1억 55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받았다. 2014시즌 13승 5패로 좋은 성적을 거뒀으나 2015시즌엔 어깨부상으로 성적이 별로다.
한국을 격침시킨 오타니도 미 프로야구계로부터 무수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에게는 다나카보다 더 많은 금액이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오타니는 그러나 현 소속사인 홋카이도 니혼햄에서 1~2년 더 뛴 뒤 미국 프로야구계로 진출할 것이라고 한다.
투수전에서 숙적 일본에 패한 한국 야구계엔 박찬호·류현진 이후 이들을 능가하거나 버금가는 강속구 투수가 없다. 김광현과 양현종 등의 투수가 이름을 높이고 있으나 직구가 시속 150km를 넘는 경우는 100개의 투구 가운데 몇 개에 지나지 않고 타자들을 압도할 만한 다양한 구질을 보유했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당장 프로 무대에 설 수 있는 초고교급 투수도 보이질 않는다. 한국 야구가 이승엽, 추신수, 강정호, 박병호, 이대호 등과 같은 강타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의 오타니와 다나카와 자웅을 겨룰 수 있는 국보급 투수는 없다. 투수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 야구가 일본을 넘어서려면, 미국 프로야구 진출을 넘보려면 강속구를 기본으로 한 괴물투수를 배출해야 한다. 고인이 된 최동원과 선동열, 박찬호, 류현진으로 이어지는 국보급 투수들이 나와야만 명실상부한 야구 선진국이 된다. 우리가 언제까지 고 최동원, 선동열, 박찬호 선수를 그리워해서야 되겠는가.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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