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출동 명령을 받은 대전 남부소방서 구급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하고 있는 모습. |
지난 6일 낮 12시 28분 대전 남부소방서 구급대. 오전 내내 진행된 차량·장비 점검을 마친 구급대원들이 구내식당에서 식사후 사무실에 올라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려던 순간 출동 지령이 떨어졌다. 소방서 건물 전체에 울린 출동 지령 알림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1층 구급차 앞에 3명의 구급대원이 모였다.
중구 태평교네거리 교차로에서 차량과 오토바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빠르게 구급차에 탑승한 대원들은 사이렌 음량을 높이며 현장으로 향했다. 구조 칸에 탑승한 정회석 대원은 태블릿 PC를 이용해 현장 출동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했다.
도로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사이렌 소리에도 차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낮 12시 32분.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다. 대원들은 도로 한쪽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는 부상자에게 다가가 아픈 곳을 묻고 경추고정대로 목을 고정한 다음 침대에 눕혔다.
그 사이 경찰과 현장 교통정리를 할 소방대원이 도착했고 구급대는 인근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했다. 가는 동안 맥박을 체크하고 다친 곳을 소독했다. 구급대는 응급실에 도착해 환자를 인계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대원들은 그제야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었다. 이날처럼 점심을 다 먹고 출동한 경우는 감사한 날이라고 한다. 식사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던 중 현장 출동도 다반사다.
오후 2시에는 초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한 심폐소생술 교육이 열렸다.
송풍석 팀장은 “우리나라 심정지 환자 생존율은 2.4%에 불과하다”며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면 생존 확률이 크게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심폐소생술 교육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과거엔 그렇지 않았다. 오직 구급대원만이 현장에서 심정지 환자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한 하트세이버의 역할을 했다.
생명을 담보로 부상과 위험 상황에 뛰어든 이들이 이 직업을 계속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메르스'가 기승을 부리던 당시 감염자가 내원한 병원 응급실을 하루에도 수차례 들락날락했고 격리 대상 환자들이 자신들의 상태를 감춘 채 구급대를 이용해 적지 않은 어려움도 겪었다.
그러나 누군가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에 보람과 사명을 느끼는 이들이다. 정작 본인은 허리 디스크를 직업병으로 앓고 있고 웬만한 부상은 사비를 털어 치료해야하는 상황인에도 말이다.
송 팀장은 “치사율도 높고 전파도 잘 돼 무서운 마음도 들었지만 내가 안 나가면 환자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니까. 그런 상황에서 사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트세이버 만큼 환희의 순간이 더 있다면 '출산'의 순간이다. 진통의 진행 정도를 판단해 집에서 분만하는 경우도 있는데 새 생명의 탄생을 접하는 것도 기분좋은 기억이다. 그러나 생명을 마주하는 기쁨만큼 아쉬운 순간도 있다.
송 팀장은 “젊은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경우 너무 안타깝다”며 “살아보려는 사람들을 이송하는데 반대의 길을 택한 사람들이니까 씁쓸하다”고 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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