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새누리당은 맞대응을 자제하면서 찬성여론을 만들기 위한 수면 아래에서의 움직임만 기민하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대국민 반대 서명운동과 장외투쟁으로 외연을 넓히며 얻은 여론에 후반기 국정의 주도권을 내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30·40대 표심에서 반(反)여당 정서의 형성돼 선거에 악영향으로 미칠 가능성을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새누리당은 교과서 논란을 정부의 확정고시를 시점으로 일단락짓고 민생 이슈로 방향타를 틀겠다는 방침이다.
당장, 최고위원회의장내 백보드 문구를 '이제는 민생입니다'라고 바꿨다.
김무성 대표가 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도 더 이상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을 듣지 않도록 상생의 국회,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며 “야당은 역사교과서 문제로 국회를 보이콧하고 있는데, 야당을 이끄신 선배 정치인들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의회주의와 통합의 정치를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원내투쟁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돌이켜봐주길 바란다”고 한 것도 이 맥락이다.
원유철 원내대표와 다른 최고위원들도 “민생을 챙길 때”라고 강조하는 동시에 역사교과서 문제가 정쟁화가 돼서는 안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국정교과서가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라는 주장은 집필도 안된 상황에서 터무니없다고도 반박했다.
야당의 주장은 어불성설이고 장외투쟁은 민생을 외면한 행위라는 데 초점을 맞춰 무용화시키기 위한 시도로 읽힌다.
그러나 이 정도론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새정치연합이 문재인 대표를 위시한 지도부가 전국을 돌면서 국정교과서 추진 반대를 주장하는 당위성을 설파하는 한편, 진보성향 시민단체·대학생 등 반국정교과서 세력과의 접점을 넓히는 것에 비해 강도가 약하기 때문이다.
또 교육부의 고시와 관련해 각 시·도당에서도 찬성 의견서를 모아 전달했지만, 야당 측에서 낸 반대 의견의 개진이 더 많았다. 아울러 야당이 기초·광역의원이 1인 시위를 벌이며 대외적으로 자당의 입장을 알렸던 것에 비해 새누리당이 택한 것은 당원 교육과 현수막 게첨이 전부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이처럼 느긋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다소 조용한 대응을 취하고 있는 것은 보수층 등의 결집이 강화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야당이 강하게 나서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할 수록 박 대통령 지지층이 견고하다고 여겨지는 충청권 민심 및 산재한 보수성향의 재결집이 이뤄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국민들 사이에서 먹고 사는 게 더 중요할 뿐, 역사교과서 문제는 안중에 없다는 목소리에 더 귀기울이는 것이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야당이 승리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한 전략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문재인 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교과서문제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위기에 빠진 경제와 민생도 살려야 한다”고 한 것이 이 방증이란 설명이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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