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사람과 세상이 담긴 공간, 집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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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책읽기]사람과 세상이 담긴 공간, 집을 읽다

집에 들어온 인문학

  • 승인 2015-11-05 13:52
  • 신문게재 2015-11-06 12면
  • 정은미 구즉도서관 사서정은미 구즉도서관 사서
▲정은미 구즉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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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미 구즉도서관 사서
저자는 건축과 이와 관련된 사회·문화·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쓰는 건축 칼럼니스트다. 이 책은 1부 집안의 이야기와 2부 집밖의 이야기로 나누고, 온돌과 마루이야기, 부동산 거품, 현대판 유목민 이야기 등 짤막한 이야기들을 엮어놓았다. 순서에 관계없이 본인이 끌리는 이야기를 먼저 보아도 재밌는 책이다. 또한 한옥·양옥·아파트 등 사람들이 생활하는 집부터 교회·병원·백화점 등 우리보다 거대한 건물들이 생기고 사라지는 원리를 파악하다보면 세상을 보는 시야와 생각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이 던지고 있는 메시지를 문답으로 정리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뿌리는 2천년 전 로마시대다?

▲집에 들어온 인문학
▲집에 들어온 인문학
▲당시 로마는 '인술라'라는 공동주택이 90%, 단독주택이 10%를 차지할 정도로 인술라의 숲이었다고 한다. 64년 로마 시내 절반을 태우고야 진압된 '로마대화재'가 발생, 그 복구과정에서 네로 황제는 여러 가지 원칙을 세웠다. 그 규정이 지금까지 아파트 건축에서 지켜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부잣집이라고 상상하는 그런 2층 양옥집이 제국주의 시대 식민 통치의 흔적이다?

▲우리나라에 양옥 즉 서양식 주택이 소개되던 시기는 일제강점기였고, 엄밀하게 18세기 식민지 양식이다. 대표적인 것이 러시아 공사관, 인천에 있는 영국 영사관 등이고 이를 모방한 것이 왕실과 친일파들의 주택이다. 우리나라 양옥의 역사는 제국주의 주택의 변형이며 제국 열강들의 식민통치가 남긴 흔적이다.

-사찰들은 왜 동쪽을 향해 있고, 성당은 서쪽을 향하나?

▲종교 건축에서는 빛을 드라마틱하게 디자인해 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밋밋하고 단조로운 한낮의 햇빛보다는 일출이나 일몰 때의 짧고 강렬한 햇빛이 더 자주 사용된다. 그 중 불교의 사찰은 특히 일출을 중시한다. 그래서 이른 아침 신도들이 사찰에 들어선 순간을 장엄하게 연출하기 위해 대웅전은 동쪽을 향하게 짓고, 그 안에 모신 본존불 역시 정동쪽을 향하게 만들어 떠오르는 아침햇살을 정면으로 받게 설계되어 있다.

반면 기독교과 천주교에서는 저녁 예배를 중요시 한다.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 무렵에 드리는 저녁 기도는 기독교 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의식이다. 그래서 많은 성당은 서쪽을 향해 있고 이는 저녁 기도를 드리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의 눈에 더욱 드라마틱하게 보인다.

-'병원·학교·교도소', '백화점·엑스포·모델하우스'는 각각 그 뿌리가 같다?

▲병원·학교·교도소의 공통원리는 '감시'와 '통제'고, 백화점·엑스포·모델하우스는 '과시'다. 우리는 어쩌면 또 하나의 진실을 보지 못하고, 누군가가 보여주려 하는 것에 한정되어 볼 수밖에 없는 구조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부터 500년 후 지금의 어떤 건물이 살아남아 시대의 상징이 될까?

▲고인돌, 피라미드, 파르테논 신전, 노트르담의 성당, 베르사유궁전과 경복궁 등 이러한 건축물들은 사람보다 더 오래 살아남아 시대의 상징이 되었다. 역사적으로 길이 남는 건축물은 당시의 권력관계, 지배담론을 철저히 반영한다. '자본'이 최우선 가치인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업의 사옥이 가장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정은미 구즉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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