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부가 줄면서 소외된 이웃에 온기를 전하던 대전연탄은행 운영이 막막한 상황에 놓였다.신원규 목사가 2000여장 밖에 남지 않은 대전 동구 대동에 위치한 대전연탄은행 창고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
4일 오전 대전 동구 대동 산 1 언덕을 오르는 대전연탄은행 신원규 목사의 승합차를 알아본 이순녀(76·여)씨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얼른 와. 이거 가져가요. 방금 짠 거라 아직 뜨끈뜨끈해.” 방앗간에서 짠 들기름 두 병을 신 목사에게 건넸다.
이씨는 10년째 신 목사가 운영하는 대전연탄은행에서 겨울철 연탄을 지원받고 있다. 겨울을 나려면 연탄 1200여 장이 필요한데 이중 절반은 연탄은행에서 도움을 받는다. 연탄뿐만 아니라 지난 여름엔 낡은 선풍기를 대신할 새 선풍기를 선물받기도 했다.
소외된 이웃에 온기를 전하던 대전연탄은행의 운영이 올해는 메르스 여파로 연탄기부가 줄어 막막한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 후 기부가 큰 폭으로 감소했고 침체된 경기 때문에 기부가 많이 줄어든 상태다.
대전연탄은행은 지난 9월부터 연탄배달에 나서 4일 현재 창고에 2000여 장의 연탄 밖에 남지 않았다.
당장 주말에 중구 대사동 주민들에게 3000여 장을 배달할 예정이지만 연탄이 부족해 신 목사가 개인적으로 외상으로 받아 배달할 예정이다. 겨울을 앞두고 현재까지 배달한 2만여 장도 월말에 결제를 약속하고 외상으로 거래한 상태다.
대전연탄은행은 대전 소외된 가정 1000여 가구가 올 겨울을 보내는 데 필요한 연탄 25만장을 나눠줄 계획이고 올해부터 세종시 170여 가구에도 연탄 배달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소외된 가정에 필요한 연탄을 공급할 수 있을 지 현재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쉽지 않아 보인다.
신 목사가 기록한 지난해 수첩과 비교해도 올해 연탄배달 일정은 한산하다. 신 목사는 “작년엔 평일에도 자원봉사자 연탄 배달 약속으로 빼곡했는데 올해는 조용하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도 많이 줄었을 뿐더러 기존엔 기부와 봉사를 함께하는 이들이 많았다면 최근엔 봉사활동만 참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는 한겨울에는 1인 가구 기준 일평균 5장 정도 연탄을 사용한다. 300장을 배달해도 보름밖에 때지 못한다. 겨울을 나려면 주택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최소 800장에서 1500장 정도는 필요하다.
신 목사는 “메르스 여파가 피부로 와 닿을 만큼 차가워서 연탄 나눔을 약속한 어르신들께 모두 드릴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우리 사회에 아직 따뜻한 온정이 남아 있다고 믿고 도움의 손길을 전달할 수 있게 최대한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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