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가뭄 장기화, 민심도 말라간다

  • 정치/행정
  • 충남/내포

충남 가뭄 장기화, 민심도 말라간다

행정당국 뾰족한 대책 없고 강제 절수 스트레스 심해

  • 승인 2015-11-04 17:53
  • 신문게재 2015-11-05 1면
  • 내포=강제일·유희성 기자내포=강제일·유희성 기자
▲ 충남 서북부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상 최악의 물부족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충남도가 저수지 준설사업 등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태안 근흥 죽림저수지 준설작업 현장과 가뭄으로 갈라진 땅의 모습. 충남도 제공
<br />
▲ 충남 서북부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상 최악의 물부족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충남도가 저수지 준설사업 등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태안 근흥 죽림저수지 준설작업 현장과 가뭄으로 갈라진 땅의 모습. 충남도 제공

“이놈의 가뭄이 언제까지 계속될는지 모르겠슈. 별다른 대책은 없고 피로감만 쌓여가네유.”

최악의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피로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행정당국의 뾰족한 대책은 없고 조만간 시행 예정인 강제 절수에 대한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유례없는 큰 가뭄에 지역주민들에게만 고통 감내를 요구하는 것 같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4일 서산 AB지구에서 만난 농민 A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원망스럽게 쳐다봤다.

벼농사를 짓는 A씨는 “수확철 잿빛으로 변한 벼를 바라보는 농민의 심정을 생각해 봤느냐”며 “올해 농사는 이미 망쳤고 앞으로도 비가 계속오지 않는다면 내년 모내기철 논에 물대기도 힘들어질 것이다”라고 푸념했다.

영세 상인의 불안감도 높다. 식당, 목욕탕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주민들도 다음달부터 시행될 예정인 강제절수를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충남도는 다음달 1일부터 물 절약이 저조한 시·군을 대상으로 총량제 급수조정이 시행된다. 이는 특정지역이 물 절약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물 공급량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제도다.

서산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9)씨는 “현재 서산지역의 경우 식당은 물이 잘 나오지만, 바로 옆 건물인 가정집에서는 물이 잘 나오지 않아 불편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이어 “만약 식당까지 제한급수가 적용돼 단수 등의 조치가 있다면 영업에 큰 지장이 있을 텐데 큰일이다”며 “음식점에서의 제한급수는 치명적”이라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도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홍성군에서는 매일 물 절약을 호소하는 가두 방송이 나오고 있다. 행정당국이 주민절수 동참을 위해 실시하는 것인데 이를 매일 청취하는 주민들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홍북면 롯데아파트에는 동별 승강기에 타 아파트와 비교해 절수율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그래프로 부착, 입주민들은 물 절약에 대한 무언의 '압박'에 시달리는 셈이다.

정부와 지자체에 대한 원망도 높다.

회사원 최 모(45)씨는 “전국적으로 비가 오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충남 서북부 지역주민들에게만 희생을 요구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 정부와 지자체는 대체수원 마련을 위한 인프라 등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고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힐난했다.

충남도는 지역 주민에게 극도의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
 2일 24시 기준 도내 생활용수 절감량은 5만 6100t으로 절감 목표(1일 4만 4000t)를 초과 달성하는 등 물절약이 앞으로도 생활화 된다면 강제 급수조정 등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도의 판단이다.

도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에서도 주민 불편을 우려해 단수 등 강제 급수조정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는 등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며 “다만, 일부 지자체에서 절수 동참율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어서 가뭄극복을 위해 도민들의 적극적인 절수 참여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내포=강제일·유희성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4.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4.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