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지난 28일 시정 연설을 마친 뒤 통로를 통해 국회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려던 순간 “뒤에 이재오 의원이 있다”는 김무성 대표의 말을 듣고 가던 길을 멈추고 뒤로 돌아 두세 걸음을 움직여 이재오 의원과 악수를 했다.
박 대통령은 이 의원을 손을 반갑게 잡으며 “오랜만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이 의원도 “참으로 오래간만입니다”라며 화답했다.
바로 옆에서 이를 지켜본 김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며 잘됐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이 의원이 박 대통령과 악수를 하게 된 것은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 이 의원의 손을 잡아 통로 쪽으로 유도한 게 결정적이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이 퇴장할 때 그냥 자리에 앉아있으려고 했으나 강 전 의장이 대통령과 인사를 하게 통로 쪽으로 가자고 이끌자 성화에 못이기는 척하고 통로 부근에 서 있었다고 한다. 이재오 의원의 자리는 본회의장 뒤쪽 야당 의석 쪽에 있다.
서청원 최고위원도 이 의원에게 손짓으로 대통령에게 인사를 하라는 신호를 계속 보낸 것도 박 대통령과 악수를 하게 된 계기가 됐다.
박 대통령과 이재오 의원이 갈라선 것은 2006년 새누리당 전당대회 때부터다. 박 대통령이 강재섭 의원을 당 대표로 밀고 이 의원은 이명박 서울시장의 지원을 받고 당 대표에 출마한 그때부터 반박 또는 비박의 입장을 견지했다.
야당 내에서조차 '여당 내 야당 의원 같다'는 이재오 의원이 박 대통령과 악수를 한 것은 정치적으로 미묘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충청 친박의 핵심인 강 전 의장과 서 최고위원이 친이계의 맏형 격인 이재오 의원을 박 대통령과 '소통'시켜려 사전 계획했던 게 아닌가 하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강 전 의장 측은 “의도된 것 보다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만남이 아니었겠냐”고 했다.
이 의원이 총선에서의 자신의 측근들이나 친이계 인사들의 총선을 향한 출구를 열기 위해 박 대통령 공격을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울=오주영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