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시인 동주'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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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책읽기]'시인 동주'를 읽다

  • 승인 2015-10-29 14:06
  • 신문게재 2015-10-30 12면
  • 박정아 한밭도서관 사서박정아 한밭도서관 사서
[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시인 동주

▲박정아 한밭도서관 사서
▲박정아 한밭도서관 사서
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인이 있다. 학창시절 한번쯤은 읽어보고 외워봄직한 '서시'를 쓴 시인 윤동주다. 표현도 사상도 억압받았던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치안유지법에 걸려 차가운 감옥에서 스물아홉 짧은 생을 마감한 윤동주가 서거한 지 70년이 지났다. '책만 보는 바보'의 저자 안소영 작가는 아름다운 청년 윤동주를 소설 '시인 동주'를 통해 다시 기억하게 만들었다

'2015년 우리대전 같은 책 읽기' 도서로 '시인 동주'가 선정되었다. '시인 동주'는 윤동주가 연희전문학교를 갓 입학할 청년시절부터 생을 다하는 스물아홉 살까지의 삶을 그림 그리듯 묘사하고 있다.

책 속에는 윤동주 뿐만 아니라, 윤동주의 절친이자 생의 동반자였던 고종사촌 송몽규, 그리고 그 시절 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눴던 벗들의 이야기도 함께 담겨져 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시인 동주
▲ 시인 동주
'서시'의 한 구절 한 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시대적 절망과 고뇌 속에서도 자기에게 주어진 길을 가고자했던 애처롭기까지 한 올곧은 마음이 시 속에 그대로 묻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안소영 작가는 “윤동주의 시가 쉽게 다가오는 것은, 이렇듯 시대와 삶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닿아 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시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기적으로 1930~40년대는 일제시기 중 가장 암흑의 시기였다.

전쟁의 광기는 극에 달했고, 개인의 삶은 송두리째 나라에 의해 지배되던 그 시기, 그 당시 문인들도 일제 지배를 당연하게 여기고 변절하거나 절필했다.

우리말과 글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죄가 되었던 그 시기에, 윤동주는 '우리말로 된 시를 썼고, 독립사상을 지녔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다. 윤동주의 마지막 시 '쉽게 씌어 진 시'에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라는 표현을 보면 윤동주는 슬픈 운명을 감지하지만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숙명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이토록 염치없는 시대, 윤동주를 다시 읽는다는 것'

윤동주를 다시 읽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현재를 사는 우리에겐 염치없게 느껴진다. 일제에 순응하지 않은 채 안타까운 삶을 마감해야했던 윤동주를 생각하며, 그가 마지막까지 지켜내고 싶어했던 그의 아름다운 시와 짧은 생이지만 치열하게 살았던 삶을 담은 소설 '시인 동주'를 이 가을이 가기 전, 읽어보기를 감히 권한다.

박정아 한밭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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