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그후…“다시 만나자는 약속 지킬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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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그후…“다시 만나자는 약속 지킬수 있을지”

논산 최호정·대전 임찬수씨, 동생과 재회 소원 풀었지만 끝모를 이별에 가슴 더 아파

  • 승인 2015-10-28 17:33
  • 신문게재 2015-10-29 3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 사진=연합DB
▲ 사진=연합DB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마치고 돌아온 대전·충남 분단 가족들은 핏줄을 만나 소원을 풀었다는 소감과 함께 이런 이별이 더는 지속돼서는 안된다는 데 입을 모았다.

6·25전쟁 때 헤어져 65년 만에 여동생(73)을 만난 최호정(80·논산 강경) 할아버지는 “금강산에서 동생을 만나고 집에 돌아오니 마음이 후련하다”고 전했다. 그동안 부모님이 언제 돌아가셨는지도 모르고, 생전 아버지가 개성시 만월대 인근에서 가꾼 가수원도 광복 후 공산당에 빼앗긴 기억만 가지고 있어 이북에 남은 가족이 어렵게 지냈을까 걱정이 앞섰다.

최 할아버지는 “과수원을 국가에 헌납한 공로가 인정돼 여동생이 보상금도 조금 받고 대학까지 졸업했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며 “조카도 북에서 대학에 다닐 정도로 엘리트로 성장했다니 아버지가 노력한 과수원이 헛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최 할아버지가 살던 기와집에서 지금 여동생 가족 3대가 살고 있다니 어릴적 집이 머릿속에 그려졌고 함께 어울린 친구들 몇몇도 마을 노인으로 살고 있다는 소식에 그렇게 기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동안 술을 안 마셨던 최 할아버지는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너무 기쁜 마음에 술을 몇 잔 했는데 그게 곧바로 탈이나 응급 치료를 받기도 했단다.

최 할아버지는 “동생도 만나고 부모님 기일도 알아 이제 제사를 지낼 수 있어 너무 기뻐 술을 마셨다가 큰 고생했다”며 “내가 죽을 뻔 한 게 여러 번인데 그때마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보살펴줘 이북 동생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감정이 복받쳐 말했다. 이어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이런 이별을 언제까지 감내해야할 지 아쉬움도 남는다”고 당부했다.

▲ 동생과 극적 상봉을 하고 돌아온 임찬수 할아버지.
▲ 동생과 극적 상봉을 하고 돌아온 임찬수 할아버지.
죽은 줄 알았던 동생이 먼저 상봉을 요청해 극적인 만남을 가진 임찬수(89·대전 유성)씨도 전쟁의 먼지 속에서 구사일생 살았다는 동생의 말에 한참을 눈물 흘렸다.

임 할아버지는 자기 대신 군에 입대한 남동생 달수(83)가 전사한 줄 알고 사망신고까지 했는데 북에 3남매를 둔 가장으로 65년 만에 재회한 것이다. 임 할아버지는 “달수가 가족을 대신해 북한 의용군에 자원했고, 폭격 속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인민군 간부로 10여년 복무했다더라”며 “동생은 28살에 장가들어 아들 2명과 딸을 뒀는데 우리 가족 얼굴을 많이 닮은 게 핏줄은 핏줄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남한에 정착한 여동생(80)이 이북 오빠를 이번에 만나 가족 중에서 가장 감격해 했다고 한다. 이산가족 상봉 감격 속에 다소 실망감을 안고 돌아온 분단 가족도 있었다.

지역 이산가족 상봉자는 “조카들을 만났는데 할아버지 할머니 기일도 모르고 제사도 안 지내는 것처럼 여겨졌다”며 “교육을 그렇게 받아서인지 핏줄 사이에서도 남한에 대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아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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