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 성폭행범' 화학적거세 여부, 헌재결정 이후로 연기

성충동약물치료명령(일명 화학적거세)을 놓고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전지법이 연쇄성폭행범 김선용(33)씨의 화학적거세 청구에 대한 판단을 미뤘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성폭력범죄자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을 진행 중으로, 헌재의 결정이 나온 뒤 판단하겠다는 것.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강문경)는 지난 23일 오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특수강간)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 대한 두 번째 재판을 열었다.

지난 재판에서 김씨는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제출된 증거도 모두 동의한 상태다. 다만, 치료감호 청구에 대한 거부의사를 재차 밝혔다. “편하게 살지 않기 위해 치료감호를 거부하고 교도소를 가고 싶다고 한 것이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김씨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김씨가 반성하고 있다는 취지로 받아들이겠다”면서 “피고인이 자백하고 증거동의하고 있어, 이 사건은 더이상 심리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학적거세 청구 사건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재판부는 “현재 성충동약물치료명령과 관련, 헌재에서 위헌제청 사건에 대해 심리하고 있다”며 “헌재에서 공개변론을 했기 때문에 곧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재판부에서 약물치료가 위헌성 있다고 해서 위헌제청을 했는데, 헌재 결론 나오기 전 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헌재 결정 나오는 것을 지켜본 뒤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전지법 제12형사부는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약물치료가 청구된 임모씨(36) 사건을 심리하던 중 “심판대상조항이 기본권을 제한한다”며 2013년 2월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김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두달 뒤인 오는 12월 18일 오전 10시에 속행될 예정이다.

박태구 기자 hebala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