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나 타 지역의 속 시원한 지원은 없고, 이제는 물 공급을 요청하며 눈치까지 보이는 실정이다.
'절수'가 최선의 대책인 상황에서 동참율은 떨어지면서 일각에선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절제력'에 의존하는 물 아끼기는 한계도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지난 1일 보령과 홍성, 예산, 당진, 서산, 서천, 태안, 청양 등 8개 시ㆍ군에 훈련을 포함한 실질적 제한급수가 시작됐다. 3주가 지난 22일 보령댐의 저수율은 20.5%다. 정확히 한 달만에 4% 정도가 줄었다. 비가 오지 않는 상황에서 물 사용이 계속된다면 10%대 저수율로 진입, 심리적 불안감도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상황이지만, 서북부 지역의 절수율은 낙제점 수준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보령댐 용수공급 현황에 따르면 서북부 8개 시ㆍ군의 감량목표 달성율은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20여일간 평균 53%에 그쳤다. 이 지역 용수 공급은 기존보다 20% 자체 감량된 1일 12만3600㎥가 목표지만, 연일 14만㎥를 넘나들고 있다.
더 이상 물 사용이 줄지 않으면서, 자체 감량을 권장하고 개인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씻는 시간을 단축하고, 빨래와 설거지를 모아서 하는 등의 일상적인 노력만으론 무리란 얘기다.
충남도와 수공은 금강물을 끌어들여 서북부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부여보(백제보) 물을 보령댐으로 보내는 도수로 공사를 추진하는 것.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부 환경단체는 부여보의 수질 부적합과 함께 금강 물의 고갈을 걱정했다. A씨는 “정확한 조사도 없이 물을 끌어갔다가 금강마저 물이 부족하게 되면, 금강 인근은 또 다른 피해자가 된다”고 꼬집었다.
유일한 해결책으로 판단, 도수로 공사가 긴급 추진되는 상황에서 뜻밖의 주장이 나오면서 도와 서북부 주민들은 멋쩍다. 홍성군민 이모(59)씨는 “금강물 부족도 걱정해야 한다니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든다”며 “가뭄이라고 밥 안 해먹고 안 씻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라고 푸념했다.
서천의 경우 타지역인 용담댐 물을 공급받는 과정에서 ‘충남은 가뭄 대비도 안하고 뭐했느냐’는 우려 섞인 핀잔도 들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충남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안희정 지사는 2012년 이미 금강 물을 보령댐과 예당호에 공급하는 도수로를 건설하자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무산된 바 있기 때문이다.
도는 가뭄 극복을 위해 정부에 긴급 6개 사업 572억원, 건의 1개 사업 90억원, 중장기 2개 사업 8048억원 등의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21일 긴급지원자금으로 30억원을 책정했다. 또 예당호 도수로 공사는 도와 예산군의 간곡한 예타 면제 요구에도 확답을 내리지 않고 있는 상태다.지원이 고맙지만, 도가 내심 속앓이 하는 이유다.
아리수나 이츠수 등 광역단체가 병으로 제작하는 수돗물의 대폭 지원도 요구되지만, 시원치는 않다.
도는 각 광역단체에 지원 요청을 했으며, 일부 단체가 협조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도 고위 관계자는 “일부에서 병물 지원 등이 있지만,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턱 없이 부족하기만 하다”며 “좀 더 전폭적인 지원이 있으면 좋겠지만 상대방에선 난색을 표하기도 하고, 무작정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다”라고 속내를 털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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