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122x87㎝ |
신진호 작가가 내린 그림에 대한 정의다. 보문고 교사로 재직 중인 신 작가가 오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자개장 벽에 걸다'라는 주제로 15번째 개인전을 연다.
황효순 미술평론가는 그를 요즘 화단의 시선으로 보면, '독특한 감성을 지닌 작가'라고 평한다. 신 작가의 작업은 과거의 시간을 불러내 현재의 공간에 묶어 두고자하는 발상에서 시작한다. 이 때문에 '자게장 벽에 걸다'라는 주제는 박제된 과거로부터의 회상이자, 이를 한 폭의 캔버스로 불러낸 과정을 뜻한다.
신 작가의 작품은 세심하게 계획된 화면이다. 물체의 질감이나 형상은 지극히 구체적이면서도 단순한 구도를 취하고 있다. 대상이 갖는 주제를 강하게 인식시키기 위한 의도인 듯하다. 세월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그만의 믿음으로 작업은 계속된다.
그의 작품은 과거 우리네 안방 한쪽 벽면이기도 하다. 화면 3분의 1지점에 수평으로 배치된 자개장이 놓여있다. 그 위엔 과거 생활용기들이 올려져 있다. 벽면은 세월의 흔적을 남긴 채 족자가 내려져있다. 신 작가는 자개장의 모양을 재현하기 위해 캔버스 틀에 다리를 세워 가구모양을 만들었다. 자개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선 칠하고, 붙이고, 새겨넣고, 칠하고, 그려넣는 작업을 반복한다. 이때 바니쉬를 입혀 화면에 윤기를 줘 입체감을 살렸다.
그의 작품에는 교훈적 의미의 상징도 반영됐다. 빨간 자개장에는 화초문양과 효, 제, 총, 신, 예, 의, 염, 치의 8글자의 문자에도 문양이 새겨져 있다. 8글자를 모두 갖춘 붉은 대형 자개장을 보면, 우측으로부터 '효'자로 시작된다. 각 글자마다 뜻을 담고 있는 그림이 펼쳐진다. 이러한 교훈들은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 요구되는 필요한 덕목을 강조한 게 아닌가 싶다.
신 작가는 말한다. “그림의 주제는 어릴적 방 한켠의 모습이다. 빛바랜 벽지와 어머니의 손때가 묻어있는 장, 그 위에 놓여있는 우리의 정이 깃든 물건들. 소박한 우리들 가슴에 넓게 자리하고 있는 그리움과 향수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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