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여야가 타협점을 찾지 못할 때에는 자칫 예산안 심의는 물론 각종 법안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이종걸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3시 청와대에서 회동한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청와대에서 회동하는 것은 지난 3월 17일 이후 7개월 만이다.
청와대는 5자 회동에서 그동안 밀린 '민생법안' 처리에 논의를 집중하고 이미 행정 절차에 들어간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먼저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분명히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정기국회 회기 내에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과 각종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을 처리하고, 중국, 베트남, 뉴질랜드와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조속히 비준하는 데 국회가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당부할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역시 정기국회 예산·법안 심의가 본격화되는 시기를 맞아 당청의 굳건한 공조를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청와대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과 법률안 처리 등 민생 현안을 논의하는 데 최대한 초점을 맞추되, 만약 야당이 역사 교과서 문제로 공세를 취하면 '교과서 정상화'를 주도해온 김무성 대표가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교과서 문제로 박 대통령을 강력히 압박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각오여서 회동 분위기가 험악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박 대통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중단할 수 있도록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 역시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충돌이 불가피한 지점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청와대 5자회동과 관련해 “노동개혁, 한중FTA(자유무역협정), 예산안 처리 등 민생현안이 산적해있다”면서 “경제가 어렵고 국민이 힘겨운 상황에서 개최되는 이번 회동이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정쟁회동이 아니라 국민에게 희망 주는 민생회동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민생에는 여야가 없다”면서 “19대 마지막 국회의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민생 법안들이 신속히 처리되도록 야당의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도대체 누구 때문에 대한민국에 갑자기 풍지풍파가 일어나고 있나. 야당만 반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학자들도 반대하고 있다”며 “선생님들도 반대하고 있다. 학생들도 반대하고 있다. 유엔도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여당 내에서도 반대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진심어린 충언을 드린다. 누구보다도 특히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대표는 이번 일에 앞장서서는 안 된다. 중단하시라. 무슨 말로 포장을 해도 국민들은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가 친일과 독재의 가족사 때문에 국정 교과서에 집착한다고 믿고 있다”며 “권력을 사사로이 쓰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국민들이 더는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면 국정을 제대로 끌고 갈 수 없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서울=황명수 기자 hwang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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