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구 궁동의 대학가 골목 인도에 차량들이 불법주차돼,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
19일 오전에 찾은 대전 유성구 궁동의 대학가 골목은 지난 3월 시작한 20억원 규모의 보행 환경 개선공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학생들과 주민들이 다니던 골목에 바닥 포장을 새롭게 하고 주정차를 금지하는 노란색 실선도 그려진 상태였다. 상가가 밀집한 대학가 골목에 차도는 좁히고 인도를 양쪽 방향에 넓게 마련해 보행자를 위한 거리로 다시 설계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보행자 중심이라던의 설계와 달리 현장에서는 보행환경이 오히려 악화돼 있었다. 공사 전에는 보행자가 다니는 인도가 차량의 도로보다 높게 설치돼 차량이 인도 위에 올라설 수 없었으나, 이번 보행환경 개선공사에서는 인도와 도로의 높이 차이가 없었다.
▲ 유성구 궁동의 주택가에 불법주정차가 줄지어 주차돼 있는 모습. |
차량이 다니는 도로와 보행자를 위한 인도는 황색 실선 하나로 구분될 뿐 차량이 인도 위 침범을 예방할 시설물이 하나도 없었다. 이때문에 보행자 중심을 지향해 넓힌 인도가 자동차 불법주정차 공간으로 사용돼 오히려 보행자 공간은 공사 전보다 더 줄어들었다.
일부 구간에는 가로등과 화단이 있어 주차가 불가능하도록 했지만, 화단 사이 좁은 공간에 대각선으로 차를 주차하거나 화단을 밀쳐낸 차량도 목격됐다.
애써 만든 보행자 공간이 상가 주차장처럼 사용되면서 대학생과 주민들은 차도를 걷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궁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윤수지(24ㆍ여)씨는 “보행자 중심이라고 하기엔 차도 많고 예전보다 더 위험하게 달리는 차량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상인들은 이같은 인도 위 불법 주정차를 막아보려고 자신의 상가 앞 보행자 공간에 돌을 세워두는 등 걷기에 더 불편한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유성구청 건설과 담당자는 “공사 중에는 좁은 도로가 더 복잡해져 단속을 유예하고 있는 중”이라며 “공사가 완료되면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 CCTV 6대를 설치해 불법주정차를 단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 인도와 차도의 경계에 불법주정차를 막기 위해 벤치가 설치될 임시시설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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