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이산가족 임찬수씨 “동생이 살아있다니 … 꿈만 같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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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이산가족 임찬수씨 “동생이 살아있다니 … 꿈만 같구려”

6·25전쟁 발발에 장남인 나 대신 16살 동생이 인민군으로 징집 개미고개서 전사했다는 소식에 위패 세우고 제사까지 지냈는데…

  • 승인 2015-10-18 16:45
  • 신문게재 2015-10-19 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내일 이산가족상봉 대전 임찬수씨

“죽은 줄 알고 제사까지 지냈던 동생인데, 북녘에 살아서 우릴 기다렸을 줄이야.”

제20차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인 임찬수(89·대전 유성)씨는 죽은 줄 알았던 셋째 남동생이 북한에 살아 있다는 대한적십자사의 연락에 깜짝 놀랐다.
6·25전쟁이 발발하고 개미고개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알고 절에 위패까지 세운 동생이 북에서 남한 형제들을 보고 싶어한다는 믿기 어려운 소식을 전해온 것이다.

임찬수씨 형제의 한 맺힌 이별은 19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25전쟁이 발발하고 임씨 가족이 농사짓던 충남 세종시 남면도 북한 인민군 수중에 떨어졌다.

임씨 6형제 중 둘째가 전쟁 전에 국군에 입대해 군인 가족인 상황에서 지역을 점령한 인민군은 나머지 형제 중 한 명 이상은 인민군에 입대할 것을 강권했다.

국군 형제를 둔 우익세력으로 인민군의 주목을 받아온 터라 부모와 남은 형제를 살리려면 가족 중 누군가는 인민군 총대를 메야 했다.

당시 23살이던 임찬수씨는 3년 전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있었지만, 나이 어린 남동생이나 여동생을 대신해 인민군 강제 징집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렇게 가족을 대표해 인민군에 징집되려던 찰나 그의 셋째 남동생 임달수 씨가 “내가 다녀오겠다”고 나섰다. 큰형은 집에 남아 부모님과 할머니를 봉양하고 농사도 지어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니 인민군 의용대에 자기가 자원입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때 임씨의 아버지도 감히 맏이를 전쟁터에 보낼 수 없어 셋째가 나서는 것을 말리지 못했다. 그렇게 인민군 의용대에 자원입대한 동생은 당시 16살로 중학교를 갓 졸업한 직후였다. 동생이 그렇게 집을 떠난 후 마을에서 멀지 않은 개미고개에서 큰 전투가 벌어졌고 동생 달수가 폭격에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동생과 함께 인민군 의용대에 끌려가 살아 돌아온 마을 주민이 자신이 봤다며 전하는 이야기여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임씨의 셋째 남동생은 행정적으로 사망 인이 됐고, 호적도 정리했다. 남은 형제들은 절에 셋째 동생 위패를 안치하고 지난 60여년간 제사를 지내며 매년 위패가 안치된 사찰을 찾아 넋을 달랬다.

가족을 지키려고 운명을 바꿔 전쟁터에 나선 동생에게 미안해 제사를 끊을 수 없었고, 시집와 징집 전까지 시동생을 보살핀 형수(86)도 앳된 시동생의 다정했던 모습을 잊을 수 없어서다. 그런 동생이 북녘땅에서 형제와 떨어져 살아 있었고, 남한 형제들을 보고 싶다며 먼저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해 왔다. 때문에 큰형 임씨를 비롯해 달수씨의 여동생(80), 그리고 두 동생(77·75)이 모두 19일 강원도 속초를 거쳐 20일 북녘 금강산에 찾아간다.

임씨는 “부모와 형제가 모두 남한에 남았고, 달수 혼자 북녘땅에서 어떻게 지냈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메어온다”며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물어보고 돌아가신 부모님 이야기도 전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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