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저현 한밭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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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정착한 탄광촌 빅스톤갭 마을은 기간산업의 활기가 사라진 시골 마을. 붙어있는 카운티 서너 개의 인구를 합쳐도 5000명이 좀 넘는 정도의 작은 동네다. 이미 저질러버린 일을 수습하느라 부부는 고군분투하지만 이 작은 책방을 통해 깨닫고, 그 과정을 통해 알게 된 삶의 진실을 그려내고 있다.
▲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은 이웃, 그리고 그들의 책이다. 취미가 아니라 생계로 하는 일인 만큼 어떻게 꿈결 같은 성공스토리만 있겠는가? 전문적인 헌책 매매상이나 억지를 부리는 짜증나는 인간도 많지만 그가 헌책방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을 통해 만난 이웃들의 이야기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과 사랑을 회복하게 만든다.
주인공이며 실존인물인 잭과 웬디 부부는 가격과 가치는 다르다고 말한다. 중고품의 경우는 더 그렇다. 가격은 돈으로 계산이 가능하고, 가치는 추억의 순간들로 값이 매겨진다. 그 둘의 차이를 아는 헌책방 주인들은 혼돈으로 가득한 어지러운 세상에 질서와 균형을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죽음이나 이혼으로 떠나간 이의 책에 값을 매기는 일을 오래된 잡동사니 서랍을 열고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면서 그것에 깃든 과거를 떠올려보는 것에 비유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헌책을 파는 일이 각별하다. 그들에게 책이란 궁극적으로 다른 세계, 다른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책이 팔린 부수만큼 존재하는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동료애를 의미했다.
그러므로 책방을 운영하려는 사람이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은 “책을 좋아하십니까?”이기보다는 “사람을 좋아하십니까?”일 것이다.
이런저런 사연에 웃고 울다가 감동하며 책을 읽노라면, 이 이야기가 단지 '헌책방 운영'이라는 낭만적인 꿈을 이뤄가는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책을 팔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교만과 비관적이지 않은, 균형 잡히고 정직한 삶을 되찾게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책의 뒷부분에 부록처럼 붙인 강추책과 비추책의 목록은 자기 삶의 여정에서 급회전을 한 지점을 표시해주는 이정표 같은 역할을 해준 책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타이밍과 읽는 이의 성향과 책, 이 세 가지 마법 같은 연금술로 결정되었을 당신 인생의 책은 과연 어떤 것인지를 넌지시 묻는다.
우리는 헌책방이 있던 풍경을 기억한다. 한때는 치열하고 진지했던 책의 기억으로부터 추억을 건져 올리고, 가끔은 낡고 묵은 것에 위로 받기도 한다. 바로 오늘이 그들이 주는 위안에 마음 놓이는 그런 날이었으면 좋겠다.
남저현 한밭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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