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마른 대청호, 불법 고기잡이 극성

새벽 틈타 설치된 정치망 그물 '치고 빠지기식' … 식수원 오염 우려 단속인원 지자체별 1~2명, 넓은 면적에 관리 '역부족'

●동구 신하동서 그물 수거작전

▲14일 제13공수 특전여단 스쿠버 요원들이 대청호에서 인양한 정치망 그물을 물 밖으로 꺼내고 있다.
이성희 기자

가뭄이 극심한 대청호에서 50m 길이의 그물을 치고 물고기를 잡는 불법 어로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새벽에 몰래 그물을 던져놓고 통발에 잡힌 물고기만 담아가는 수법으로 단속을 피하고 있다.

14일 대전 추동취수탑이 보이는 동구 신하동의 대청호에 폐그물들이 속속 지면 위에 인양됐다. 가뭄에 대청호의 수위가 64.57m, 저수율 36.8%까지 낮아져 물속에 숨어 있던 불법 그물이 물 밖에 드러났고, 이를 수거하는 작업이 대대적으로 이뤄진 것.



제13공수 특전여단(특임대장 엄대용 소령) 스쿠버요원 60명이 보트 4대에 나눠타고 대청호에 나가 그물을 고정하는 줄을 끊은 후 예인선에 연결해 그물을 밖으로 끌어내는 작업이 종일 진행됐다.

물밖에 드러난 부표에서 불법 그물을 찾은 후 특수부대 잠수요원이 공기호흡기를 메고 잠수해 바닥에 고정된 밧줄을 끊은 후 그물을 인양할 수 있었다. 그물 길이는 50m에 달하고 3개의 통발이 연결돼 그 끝에는 물고기가 갇히는 그물 주둥이가 매달려 있는 전형적인 정치망 그물이다.

이곳에 그물을 설치한 불법 어로행위자는 자신의 배에 그물을 싣고 새벽에 설치했을 것이고 그물 주둥이만 물 위에 건져 물고기를 주기적으로 가져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형태의 그물이 대청호 동구 수역에서만 이날 10여 개 인양됐으며, 일부는 장기간 방치된 듯 그물에 이끼가 잔뜩 끼고 폐사 물고기만 발견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폐그물 수거작업이 대청호 수위가 낮아지는 이맘때 가능하고, 불법 어로행위에 대한 단속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청호에 설치된 불법 그물은 수위가 높을 때는 물속에 잠겨 수면에 드러나지 않고,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물에 개펄이 붙고 무거워져 역시 가라앉게 된다.

이때문에 대청호의 수위가 낮아 폐그물을 눈으로 관측할 수 있는 초가을에 인양할 수 있고, 그나마 잠수부가 도와줘야 가능하다. 또 만수위 기준에서 대청호 수면의 면적은 72.8㎢에 달해 대덕구 전체 면적(69㎢)보다 넓으며, 불법 어로행위 단속은 직원 1~2명에 맡겨졌다.

이날 금강유역환경청과 동구청 직원 200여명은 오후 2시부터 대청호 수변에서 쓰레기 수거활동도 함께 벌였다.

동구청 환경과 서용강 상수원보호 담당은 “어로행위 어업허가를 승인한 사례가 없어 대청호의 대전경계에 있는 그물은 모두 불법시설물이고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 된다”며 “트럭을 이용해 수변까지 접근 가능하고 주변 교통도 편리해 새벽시간에 치고빠지는 불법 어로행위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