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심한 가뭄으로 이달부터 충남 서북부지역 8개 지자체가 제한급수에 들어간 가운데 13일 보령시 미산면 한 주민이 부족한 수돗물을 고무통에 모아서 사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
충남 서북부가 메말라가고 있다. 가뭄으로 지역주민 생활이 제약받고 도의 근간인 농업과 서비스 산업 등이 흔들리고 있다. 더욱이 올 연말까지 도내 강수량은 평년을 조금 웃도는 데 그칠 것으로 예측돼 내년 봄에는 상상하기 싫은 큰 가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언제까지 비 안 오는 하늘만 원망해야 할까. 대체수자원 개발 등으로 적극적인 가뭄극복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본보는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수자원이 미래다'라는 시리즈를 마련, 가뭄극복 해법을 위한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최악의 가뭄이다. 수확을 앞둔 황금 들녘 이곳저곳이 속절없이 말라간다. 농민 사이에서는 이번 가뭄 탓에 쌀 생산량이 감소하지 않을까라는 푸념이 나온다.
충남 서북부 8개 시·군에는 지난 8일부터 물 사용량 20%를 줄이기 위한 제한급수가 시작돼 지역주민의 일상생활이 제약받고 있다.
수도꼭지를 틀어 봐도 시원한 물줄기를 구경한 지가 오래됐다.
목욕, 요리, 세차 때 충분히 물 쓰는 것이 눈치 보일뿐더러 이제는 마실 물 걱정까지 해야 하는 처지다.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충남 지역 누적강수량은 572.4㎜로 평년값인 1159.2㎜의 49%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같은 기간 전국평균 누적 강수량은 754.3㎜로 평년(1198.1㎜) 대비 62%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충남의 가뭄이 얼마나 심각하지 짐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충남 서북부 젖줄 보령댐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K-water 보령댐관리단에 따르면 13일 현재 보령댐 저수율은 21.6%로 사상 최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지난 주말 충남 서부지역에 5~20㎜의 비가 내렸지만, 보령댐 수위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보령댐의 수위가 올라가려면 100㎜ 이상 큰비가 필요한데 조만간 이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같은 날 대전권에 각종 용수를 공급하는 대청댐 저수율도 36.8%로 가뭄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망을 해 보면 더욱 암담하다.
대전기상청 장기예보에 따르면 대전·충남 지역 이달 강수량은 평년(52.1㎜)과 비슷하고 11월과 12월은 각각 평년 52.7㎜, 28.9㎜보다 많을 것으로 예측됐다. 앞으로 석 달 동안 지역에 평년 강수량을 합한 133.7㎜보다 조금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계산이다. 올 들어 이달 초까지 전국 평균 누적강수량(754.3mm)의 17.7%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하루에 50mm 이상 내려도 보령댐 수위가 꿈쩍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같은 강수량은 가뭄해갈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기상청의 분석이다.
내년 봄 최악의 가뭄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대목이다. 농민들은 내년 모내기 철 논에 물대기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푸념까지 나온다.
정부와 충남도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는 보령댐에 금강수계 수혈을 위해 백제보와 보령댐 상류를 잇는 21㎞ 구간에 도수로 공사를 이달말 착공키로 했다.
또 내년 영농기까지 용수부족이 우려되는 저수지(103개소)에 용수화보를 위해 100억 원을 긴급 투입기로 했다.
충남도 역시 앞으로 가뭄 극복을 위해 상수도 관로 누수 줄이기 사업과 관정 개발 사업 등에 긴급예산 231억 5000만 원을 쏟아붓는다.
허승욱 도 정무부지사는 “최악의 가뭄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이끌어오는 것은 물론 도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현 상황에서는 도민과 국민이 20% 물 절약 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다”고 촉구했다.
내포=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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