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선거구 사이 인구편차를 2대 1을 준수하도록 결정했지만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 배려 및 영·호남내 의석수 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 애초 국회의원 정수가 300석으로 정해졌고 여야가 지역구 의석 수에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데 획정위 논의의 폭을 정해뒀다는 것도 한 이유로 지적된다.
▲딜레마에 빠진 농어촌 배려=선거구 획정의 가장 큰 난관은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 확보다.
헌재 결정에 따라 인구편차 2대 1을 준수 인구가 많은 도시지역은 의석수가 늘어나야되지만,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은 줄어들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농어촌 지방주권 지키기 의원모임과 해당 주민들이 국회에서 상경집회를 열어 농어촌 대표성을 촉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한데 이어 여야가 농어촌 대표성을 반영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상황이 꼬였다.
이에 따라 획정위는 인구 상·하한선 산정 방식을 바꾸고, 시·군·구 분할금지 원칙의 예외를 일부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도시의 의석수 증가를 억제하는 대신, 농어촌에 할당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내 지역구 2곳을 덜 늘리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이 이 일환에서다.
그러나 게리맨더링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도시의 증설을 영호남에 주는 것이 바람직한 지도 의문이다. 지방내 도시로 분류되는 곳을 1석씩 줄이는 방안도 해당 지역민이 반발이 우려돼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청주시 정치권이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석수 유지를 촉구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충청권, 영·호남 위해 피해보나=획정위에서 의석수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영·호남내 줄어드는 의석 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획정위가 영·호남의 균형을 맞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만, 영·호남의 균형을 맞추려면 다른 지역의 선거구를 줄이거나 증설치 못해도록 해야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이 가운데 충남의 의원 정수가 늘어날 수 있을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천안과 아산이 분구 요건을 갖췄으나, 아산은 다른 지역에 비해 큰 우위를 보이지 않고 있어 차기를 노려야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것.
또 획정위가 시·군·구 분할금지 예외 적용을 검토하면서 지난 선거를 앞두고 발생했던 천안 쌍용 2동을 천안갑에 불이는 사례가 다시 발생치 않을까하는 우려도 존재한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천안과 아산을 늘리면서도 공주와 부여·청양을, 인근 선거구와 통·폐합 과정을 거쳐 현행 유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영·호남의 지역구 수를 맞추기 위해 충남의 의석수를 늘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불합리한 획정은 지역민의 큰 저항에 맞딱뜨리게 될 것”이라 했다.
▲의원정수 증원 여부=선거구 획정을 둘러싸고 여야 간, 도시와 농촌 간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는 것은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한정된 의석 수 안에서 한 석을 늘리려면 다른 곳에서 한 석을 줄일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
이 탓에 국회가 의원정수를 소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장, 새정치연합은 최근 비례대표 의석 수를 유지하되 농어촌 의석 수 감소를 막기 위해 전체 의석 수를 기존보다 3석 많은 303석으로 늘리는 방안을 새누리당에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줄여 농어촌 의석 수를 유지해야 한다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고, 획정위도 지난 10일 농어촌 의석 수를 확보하기 위해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획정위 관계자에 따르면 획정위는 현행 300명을 전제로 한 획정안을 마련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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