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련지향 |
가을에 대한 단상을 하나로 이야기할 수 없듯, 가을을 하나의 고정된 화폭에 담을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시도했다. 가을 그 자체에서 포착되는 느낌과 냄새를 담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그 수를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본질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의 삶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가을이 남기고 지나간 흔적들과 고독한 대화를 나눴다. 백 작가는 그 느낌들을 하나하나 잡아 화폭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고, 모아보니 19개의 작품이 모였다. 그는 19개의 작품을 가지고 가을에 느낀 다양한 순간순간들의 느낌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작품 중 '수련지향'이라는 작품은 백 작가의 깨달음이 담겨있다. 수련은 스스로 수련이 되지 않는다. 뿌리를 내리는 물밑 진흙과 자신을 비추는 조용한 수면, 넓은 마음으로 바탕이 돼 주는 이파리 덕분에 비로소 꽃이 된다. 이 작품은 스스로 삼갈 줄 아는 마음과 주변의 소소한 것들이 갖고 있는 소중함을 알 수 있다면, 천명을 아는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백 작가는 “19개의 작품이 20점에 비해 오히려 더 많은 종류의 가을을 담아낸 것 같은 기분”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올해 가을은 물론이고 수없이 지나온 가을을 같이 나누고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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