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가뭄에 수위가 크게 낮아진 대청호에 옛 수몰마을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
가뭄 탓에 대청호의 수위가 1980년 댐 조성 후 역대 3번째로 낮아지면서 35년간 잠겨 있던 수몰마을 일부가 하나둘씩 물 밖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이 하나씩 쌓았던 돌담부터 뒷마당을 지켰을 감나무 그리고 중학교 우물터까지 대청호 곳곳이 유적 발굴현장을 방불케 한다.
일부 수면에는 녹조현상이 뚜렷해지고 큰빗이끼벌레의 사체까지 관찰되는 등 수질관리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7일 대전 동구청의 환경감시선에 탑승해 둘러본 대청호은 황량한 사막 위 갇힌 작은 호수처럼 움츠려 있었다.
언덕의 푸른 소나무숲 바로 밑까지 들어찼던 대청호는 지난 가뭄을 이기지 못하고 후퇴에 후퇴를 거듭해 수면은 상당히 낮아진 상태였다.
물에 잠겨 있던 부분이 밖으로 드러나면서 하얀 모래언덕과 바위 등이 부서질 듯 메마른 채 벌거벗고 있었다.
언덕의 푸른 소나무 숲과 대청호의 수면 사이 대략 20m가량의 공백이 만들어졌고, 그만큼 대청호 수위가 가뭄의 영향으로 내려갔다는 의미였다.
동구청 환경보호과 서용강 상수원보 담당은 “대청댐이 만들어지고 올해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한번도 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부분이 노출됐고, 절벽 같은 사면이 드러나 대청호의 풍경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시 대청호 수질관리소 선착장에서 출발한 선박이 수면을 가르고 도착한 동구 내탑동의 대청호 끝자락에서는 35년전 옛 마을 모습이 온전히 드러나 있었다. 무릎 높이의 돌탑들이 바둑판처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사각형을 이루고 있었고, 둥근 입구의 우물터와 물을 담아놨을 큰 항아리 두 개가 물 밖으로 살포시 드러나 있었다.
다시 환경감시선을 타고 이동하던 중에 고사한 나뭇가지가 물밖으로 손을 내밀듯 내뻗은 지점이 있었다.
동행한 서 담당은 “수몰 주민들에 의하면 옛 내탑초등학교 교정에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있었다는데, 수면 위 나뭇가지들이 그때 그 나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구 오동의 대청호 수면에는 역시 돌탑 형태의 마을 터가 노출됐고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전에 사용된 유람선 선착장의 계단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옛 중학교에서 사용한 우물터와 수몰되면서 죽어간 감나무가 아직도 등대처럼 서 있었다.
이날 대청호의 수면에는 진녹색을 띠는 녹조가 물결 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여름 번식했을 큰빗이끼벌레 사채가 모래사장 위에 말라 있었다.
대청댐은 1975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1980년 12월 준공됐으며 충남과 충북 4개 군 11개면 86개 마을이 수몰돼 4075세대 2만6178명의 이주민이 발생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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