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 도담중 교장 |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사람을 대하는 것만큼 조심스럽고 신중해야할 일이 또 있을까?
이 시의 구절이 학교 현장에서 교육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금과옥조(科玉條)로 들리는 건 비단 저뿐만이 아닐 것이다.
한 사람, 한 아이 일생이 오롯이 도담중 담장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순간이 학교장에게는 무겁지만 설레는 책임감으로 다가온다.
우리 학교는 세종시 유일의 혁신 중학교로 비교적 안정권에 접어든 개교 3년차의 도심형 학교다.
그러나 여전히 주변 아파트 입주에 맞춰 전입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변화무쌍한 교육 여건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여건 속 혁신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늘 고민이다.
이미 혁신을 경험한 다른 지역 학교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학교 고유의 색깔을 담아내는 '도담형 맞춤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람과 학생이 있어야 한다.
'경쟁이 아닌 협력', '교육이 아닌 배움', '최고가 아닌 최선'을 통해 꿈과 끼가 조화롭게 발현되는 스스로 공부하고 성장하는 학교가 되어야한다.
이것이 교육의 본질이고 여기로 돌아갈 때 공교육이 정상화되리라 확신한다.
우분투(UBUNT)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반투어로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I am because you are)' 란 뜻이다.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반투족 아이들을 대상으로 달리기 시합을 시켜 1등에게 맛있는 과일을 다 차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서로 손잡고 '우분투(UBUNT)'를 외치며 함께 달려가 서로 맛있게 같이 먹었다고 합니다. 도담중 역시 '승자독식(勝者獨食)'이 아닌 학급 구성원 모두의 특기와 개성으로 각기 다른 1등이 될 수 있는 혁신학교를 만들고 싶다.
한 예로, 지난 한 주간 도담중 1층 로비가 시끌벅적했다. 수학 교과의 달 행사, '도담도담 수학페스티벌'에 참여한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열기가 담 밖으로 넘쳐 났기 때문이다. 교실 수업을 교실 밖으로까지 확장시키는 우리 학교 교사들의 교육 열정이야 말로 모든 아이들을 각기 다른 1등으로 만들 수 있는 혁신의 밑거름이라 생각한다.
또 수업 역량 강화에 힘쓰는 교사들의 끊임없는 수업 혁신에 대한 노력의 원천인 '5개 수업 중심 전문 학습 공동체'가 있어 학교의 큰 자랑이다.
창의토론협력학습 공동체에서 시작된 디베이트 수업은 이제 전교로 확장되고 있고, 거꾸로 수업과 융합 수업, 배움 중심 수업, 행복 수업 등 수업에 적용하는 모습과 시기는 다르지만 학생과 배움 중심 수업이 학교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 모든 혁신의 구체적인 모습들을 보고, 혹자는 이미 다른 곳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 한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이 모든 것을 교육 공동체가 '같이' 고민하고 '함께' 한다는 것에 가장 큰 강점을 갖고 있다.
'같이'와 '함께'의 가치를 믿습니다. 혁신학교 지정 그 후를 생각합니다. 유행처럼 왔다 가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혁신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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