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길호 ETRI 홍보팀장 |
그만큼 우리의 과학기술이 진보의 피로도(?)를 느껴서일까? 새삼스러운 기술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기술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의미다.
이번주 노벨 물리학상이 발표될 전망이다. 지난해 3명의 일본인 과학자가 수상했다. 응용분야의 수상은 참 어려운데 '반도체를 이용한 청색 LED' 였다. 20년전 기술개발을 통해 21세기 인류에게 새로운 조명의 시대를 열게 해줬다는 평가다.
지난달 ETRI 김현탁 박사 연구팀이 전력개폐기 시장의 퀀텀점프 기술개발을 일반에 공개했다. 그동안 전력개폐기는 미국의 웨스팅 하우스가 1924년에 바이메탈(bimetal)과 솔레노이드 전자석을 이용해 과전류를 감지하는 기술을 개발한 이래 100년에 가깝게 이용해 왔다.
하지만, 김 박사 연구팀이 전자개폐기의 복잡한 구조를 MIT( 모트 금속-절연체(부도체) 전이) 현상을 이용해 획기적으로 바꿨다.
MIT기술로 전류가 많이 흐를 때 임계온도 67~ 85℃가 되면 이를 차단할 수 있는 기기 적용에 성공한 것이다. 100여년 만에 기계식 스위치에서 전자식으로,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바꾼 셈이다. 김 박사가 MIT기술을 세상에 처음으로 내 놓은지 꼭 10년만의 쾌거다.
앞으로 가정에서 과전류를 방지하는데 활용되는 일명, 두꺼비집(누전차단기)는 물론 전자개폐기가 사용되는 전자제품 중 저전압이 이용되는 세탁기나 냉장고, 에어컨, 소방전 등 시간에 따라 전류의 방향과 세기가 달라지는 전류인 교류용 모터제품에는 대부분 사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기존 전자개폐기의 계전기 부분을 MIT 소자로 대체해 회로도 간단해 지고 환경온도 보정도 필요치 않아 부피와 가격 또한 절반가량 줄일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관련 산업 시장도 밝다. 내년에는 국내 3조원, 국외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매년 성장률도 3.6%에 달한다.
MIT 소자는 향후 전기가 있는 곳에 반드시 필요하다. 저압 전력 차단기는 부가가치가 있고 시장이 매우 크다. 현재 국내기업 전체의 해외시장 점유율은 고작 13%에 그친다. MIT를 이용한 전자개폐기가 내년 하반기 상용화되면 수출시장에도 큰 기대를 모은다.
이참에 경제적으로 부가가치가 큰 전력차단기술 관련 산업에 대한 원천기술 집중 개발을 통해 국가의 주된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방안도 좋을 것 같다.
이를 통해 전력차단기술 관련 국제 경쟁력을 갖춰 우리나라 기업의 외국 진출을 적극 돕고 일자리 창출, 나아가 국부 창출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MIT기술이 날개를 달고 타분야 에서도 훨훨 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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