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농어촌 의원들이 선거구 존치를 강하게 주장하며 선거구 획정 혼란을 더 가중시키고 있는 이유에서다.
'농어촌 주권지키기 의원모임'은 1일 국회에서 “농어촌과 지방을 죽이는 선거구 획정에 결사반대한다”면서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농어촌·지방 특별선거구'의 설치 수용을 촉구하는 동시에 여야 대표가 농어촌의 요구를 반영한 원칙과 획정 기준을 마련할 때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선거구 획정을 잠정 연기할 것도 요구했다.
모임의 간사인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강원 홍천·횡성)은 이 자리에서 “시점상 선거구획정위는 내일과 모레 회의를 통해 1차 (획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며 “획정위가 획정안을 내면 이후에는 더 이상 우리 목소리와 요구가 반영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내에서 제기되는 특별선거구 설치의 위헌소지 지적에 대해서도 “헌법정신에는 국토균형발전도 있다. 10석 이내 농어촌·지방 의석 보장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위반하는 게 아니라고 보고 그 부분에 많은 의원이 공감한다”고 반박했다.
새정치연합 강동원 의원(전북 남원·순창)도 “헌재가 인구비례로 지역구를 조정했을 때 경기도는 7석이 늘어나지만 강원·전남·북 등은 6석이 준다”며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농어촌지역을 지켜주는 게 정책의 기본 방향이 돼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당 이윤석 의원(전남 무안·신안) 역시 국정감사 대책 회의에서 “농어촌 지역은 국가의 손길이 가장 미처야 할 곳”이라고 전제한 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 의료 교육 혜택이 가장 미처야 할 곳도 농어촌 지역으로 이런 지역들에 대한 선거구 획정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덩달아 정개특위에서도 농어촌 대표성을 보장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인천 서구·강화갑)은 지난달 29일 당 최고위원회 참석 후 “(농어촌 지역구를) 재획정 하지 않고 존중을 하는 방식으로 선거구 획정을 해 나가면 지역구가 한 259석에서 260석 근처에서 획정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농촌의 지역대표성을 그래도 지켜낼 수 있고 그만큼 늘어나는 13석의 지역구는 비례대표 축소를 통해서 해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야당 소속의 신정훈 의원(전남 나주·화순)도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농어촌지역 대표성을 위한 의석수 증대와 비례대표 조정을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정개특위에서의 전체 의석수 합의는 물론, 헌재 결정 준수 등의 공감대가 원점에서 재논의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획정안을 만든다 해도 다음달 13일까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 공직선거법에 규정돼 있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공직선거법에는 국회의장이 선거구 법률안이 제안되면 본회의에 부의케 하고, 수정없이 표결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표결이 부결될 경우를 가정한 규정이 미비한 상태다.
특히, 획정위가 최종안을 제출토록 한 다음달 13일까지만 존속하기에 획정안이 확정되지 못한다면 획정안을 다시금 논의할 기구조차 부재하게 된다. 이 경우, 획정안을 확정지을 수 있을지조차 장담키 어려워 선거를 제대로 치를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은 3일 시민 50만명이 서명한 유성구 선거구 증설 요청서를 획정위와 여야 대표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