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와 거리에서…각양각색 추석풍경

  • 사회/교육
  • 미담

일터와 거리에서…각양각색 추석풍경

경찰 “시민 지키는 자부심으로”…노숙인 “나눔의 정 더 많았으면”

  • 승인 2015-09-29 16:21
  • 신문게재 2015-09-30 7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민족 대명절 추석을 일터나 거리 위에서 보낸 이웃들이 있다.

추석인 27일 이른 아침 대전 동부경찰서 가양지구대 이지영(30) 순경은 가족들이 잠든 집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매년 가족과 차례상을 준비하고 송편을 나눠먹으며 평범하게 명절을 보내던 이 순경은 지난 4월 경찰 시험에 합격해 직업 경찰이 되면서 그간 명절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보내고 있었다.

명절날 일찍 아침도 못 먹고 나가는 딸을 보며 부모님은 섭섭해 하지만 이 순경은 오히려 “좋다”고 말한다.

오히려 동료 경찰이 가져온 차례 음식을 지구대에서 나눠먹으며 맞은 추석 아침에 보람을 느꼈다.

이 순경은 “명절 날 근무하는 게 싫지 않다. 시민들의 안전을 지킨다는 생각에 자부심이 들고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이날 대전 중구 선화동의 한 편의점에서도 카운터에서 추석의 보름달을 맞는 이가 있었다.

점장인 어머니 가게서 일을 돕는 김규리(23)씨는 평소 일요일 저녁처럼 추석날 밤을 편의점에서 지샜다.

다들 고향과 가족을 찾아 도심을 떠나 편의점도 덩달아 한산했지만, 대전에 혼자 남아 도시락이나 음료 등을 찾는 고객들도 여전히 찾아왔다.

김씨는 “친척들이 외국에 있어서 명절이라고 크게 다를 게 없다”며 “다른 직원들도 명절이라 못 나온다는 얘기가 없이 여느 때 같은 날이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집도 없이 거리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에게는 명절이 더욱 쓸쓸하게 다가왔다.

밝은 달이 뜬 28일 오후 10시 대전역 광장엔 바삐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틈으로 바닥에 박스를 깔고 누운 사람들과 그 옆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전쟁고아로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김민호(63·가명)씨는 지역 빵집에서 나눠준 빵을 다른 노숙인과 나누고 있었다.

3년 전 사업이 기울면서 거리로 나온 김씨는 올해 대전의 한 교회에서 나눠준 양말 두 켤레가 유일한 추석 선물이 됐다.

김씨는 “열흘 전 이곳에서 2명이 숨을 거뒀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도 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4.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