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이지훈(32)씨는 얼마전부터 식사시간에만 함께 밥을 먹는 밥친구를 만들었다.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나이도, 전공도 모르지만 매일 오전 11시 30분 학생식당 앞에서 만나 함께 점심을 먹고 헤어진다.
이씨는 “처음에는 구내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었지만, 외롭기도 하고 주변 시선도 의식돼 도저히 못 먹겠더라”며 “적어도 식사만큼은 사람들과 대화하며 즐겁게 먹고 싶어 밥친구를 구했다”고 말했다.
지역대학 4학년생인 박서윤(25·여)씨도 얼마전 밥친구를 구했다.
박씨는 “어학연수를 하고 복학을 한 탓에 이미 동기들이 졸업 했고, 취업 준비를 하려면 하루종일 도서관에만 있어야 해서 비슷한 시기에 복학한 사람들끼리 밥 먹는 모임을 만들었다”면서 “혼자 먹는 게 크게 의식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굳이 이런걸로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취업난과 경제불황으로 인해 졸업 후에도 학교도서관을 떠나지 못하는 취업 준비생들이 늘면서 점심과 저녁때만이라도 함께 식사를 하는, 일명 '밥터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밥터디는 말 그대로 각자 공부를 하다가 정해진 시간에 밥만 먹는 일시적인 관계다. 서로간의 시간을 뺏지 않는 대신 혼자 밥을 먹는 주변 시선을 더이상 의식하지 않을 수 있고, 또 식사 시간 동안 취업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공유할 수 있어 취준생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대전 한 A대학 내 캠퍼스 게시판에는 '밥 친구를 구한다'는 쪽지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또 다른 B대학의 경우 밥터디를 구하는 게시글이 5~6건 오르고 있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혼자 먹기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함께 밥을 먹어주는 친구 구하기에 나서고 있는 것은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언제 취업될지도 모를 기약없는 막연함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결국 인간 관계마저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젊은층이 식사하는 모습까지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밥터디'라는 문화를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취준생 이미현(27·여)씨는 “취업준비로 받는 스트레스를 가족도 이해해주지 못할 때가 많다”면서 “동병상련의 밥터디 구성원과 정보도 공유하고 조언도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밥터디=우리말인 밥과 영어인 스터디(study)의 합성어로 식사시간에 공부를 하기 보다는 밥을 먹으려고 결성한 모임.
성소연 기자 daisy82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