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명절마다 고향 그리움에 눈물만…

  • 사회/교육
  • 미담

탈북민, 명절마다 고향 그리움에 눈물만…

온가족 함께 오르던 성묫길과 밴새와 쌀밥까지도 그리워

  • 승인 2015-09-24 17:21
  • 신문게재 2015-09-25 6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북에서 추석요? 온가족이 조상묘 찾아가 한바탕 놀고 내려옵니다.”

한민족의 큰 명절을 앞두고 북을 떠나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고향과 가족에 대한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억누른 채 추석을 맞고 있다.

남한에 정착한 지 7년 된 최호연(45·여·가명)씨는 온가족이 음식을 싸들고 성묘를 가던 이북의 추석이 아직도 그립다. 걸음을 뗀 아이부터 가정의 큰 어른까지 먹거리를 머리에 이고 조상묘를 찾아 공동묘지를 올라가고 적당한 곳에 보자기를 펴서 준비해온 점심을 함께 나눠먹는 일. 명절보다 큰 명절로 여기는 추석이 아니고서야 북한에서 맛볼 수 없는 재미였다.

최씨는 “사내들이 먼저 아침 일찍 산에 올라가 풀을 베어 놓으면 애들과 아낙들이 몽땅 올라가 남녀구분 없이 함께 절을 올리며 성묘한다”며 “공동묘지가 있는 산이 추석절에는 왁자지껄 소란해지고 저녁때쯤 내려왔다”고 회상했다.

또다른 탈북민은 남한의 송편 같은 북한 밴새를 추석 대표음식으로 기억했다. 나뭇잎사귀를 가루내서 만든 반죽 속에 콩이나 야채, 다진 돼지고기를 넣어 손바닥만하게 만들어 찌어 먹는 게 남한의 송편처럼 북한에서 추석 때 맛볼 수 있는 음식이었다.

정착 6년차 조모(51·여)씨는 “남한처럼 들마다 쌀농사를 지을 기후가 안되서 추석이라고 쌀밥을 먹기는 어려웠고 교통편이 어려워 가까이에 있는 형제만 모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족과 함께 조상의 묘를 찾아가 가족애를 나누는 추석문화는 남북 공동이어서, 가족과 고향에서 떨어져 홀로 보내는 남한 추석연휴는 더 외로울 수밖에 없다.

정착 4년차 김모(36·여)씨는 “처음 남한에 와서 맞은 추석은 눈물만 나고 누구와 대화도 나누기 싫을 정도로 외롭고 쓸쓸했다”며 “저는 가정을 꾸려 남편과 아이가 있지만, 여전히 많은 독거 탈북민들이 추석에 갈 곳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이 보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전경찰 관계자는 “추석은 북한에서도 큰 명절이고 가족들이 오랜만에 만나 즐겁게 보내는 문화는 남한과 똑같아 가족과 고향을 잃은 탈북민들은 명절에 외로움을 더 느낀다”며 “올해는 대전에서 탈북민 합동망향제를 통해 그리움을 달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4.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