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큰 명절을 앞두고 북을 떠나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고향과 가족에 대한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억누른 채 추석을 맞고 있다.
남한에 정착한 지 7년 된 최호연(45·여·가명)씨는 온가족이 음식을 싸들고 성묘를 가던 이북의 추석이 아직도 그립다. 걸음을 뗀 아이부터 가정의 큰 어른까지 먹거리를 머리에 이고 조상묘를 찾아 공동묘지를 올라가고 적당한 곳에 보자기를 펴서 준비해온 점심을 함께 나눠먹는 일. 명절보다 큰 명절로 여기는 추석이 아니고서야 북한에서 맛볼 수 없는 재미였다.
최씨는 “사내들이 먼저 아침 일찍 산에 올라가 풀을 베어 놓으면 애들과 아낙들이 몽땅 올라가 남녀구분 없이 함께 절을 올리며 성묘한다”며 “공동묘지가 있는 산이 추석절에는 왁자지껄 소란해지고 저녁때쯤 내려왔다”고 회상했다.
또다른 탈북민은 남한의 송편 같은 북한 밴새를 추석 대표음식으로 기억했다. 나뭇잎사귀를 가루내서 만든 반죽 속에 콩이나 야채, 다진 돼지고기를 넣어 손바닥만하게 만들어 찌어 먹는 게 남한의 송편처럼 북한에서 추석 때 맛볼 수 있는 음식이었다.
정착 6년차 조모(51·여)씨는 “남한처럼 들마다 쌀농사를 지을 기후가 안되서 추석이라고 쌀밥을 먹기는 어려웠고 교통편이 어려워 가까이에 있는 형제만 모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족과 함께 조상의 묘를 찾아가 가족애를 나누는 추석문화는 남북 공동이어서, 가족과 고향에서 떨어져 홀로 보내는 남한 추석연휴는 더 외로울 수밖에 없다.
정착 4년차 김모(36·여)씨는 “처음 남한에 와서 맞은 추석은 눈물만 나고 누구와 대화도 나누기 싫을 정도로 외롭고 쓸쓸했다”며 “저는 가정을 꾸려 남편과 아이가 있지만, 여전히 많은 독거 탈북민들이 추석에 갈 곳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이 보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전경찰 관계자는 “추석은 북한에서도 큰 명절이고 가족들이 오랜만에 만나 즐겁게 보내는 문화는 남한과 똑같아 가족과 고향을 잃은 탈북민들은 명절에 외로움을 더 느낀다”며 “올해는 대전에서 탈북민 합동망향제를 통해 그리움을 달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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