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이명수 “어려운 이웃의 키다리 아저씨로”

[휴먼]이명수 “어려운 이웃의 키다리 아저씨로”

매년 '사랑의 모금함', 소아암 환자돕기 앞장…성 대 그레고리오교황 기사 훈장 '영예' 40년 키다리 식품 '한우물'…고속도로 휴게소 7곳 등 중견 기업 '우뚝'

  • 승인 2015-09-24 13:07
  • 신문게재 2015-09-25 12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휴먼스토리]이명수 키다리식품 대표

천주교 대전교구(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지난 3일 오후 5시, 대전교구청 경당에서 이명수<사진> 아벨 키다리식품 대표와 임영진 요셉 성심당 대표에게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기사 훈장'을 수여했다.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기사 훈장은 교회를 위해 뛰어난 봉사 경력이 있는 남녀 후보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으로 우리나라에서 이 훈장을 받은 신자는 거의 최초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극히 드문 귀한 훈장이다. 이날 수여식은 대전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주교와 총대리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주교,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수상자와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에 본지는 훈장 수여자인 이명수 아벨 키다리식품 대표와 임영진 요셉 성심당 대표를 현장에서 인터뷰하고, 이번주와 다음주에 걸쳐 영예의 주인공들을 지면에 싣도록 한다. 먼저 오늘은 이명수 아벨 키다리식품 대표부터 만나보도록 하자. <편집자 주>

지난 16일 저녁 퇴근 후 서구 둔산동 원광대 치과병원 뒤에 위치한 키다리식품을 찾았다. 깔끔하고 고풍스런 유럽식 건물 사옥안에 들어서면 노란 바탕화면에 까만 모자를 쓴 키다리아저씨 그림이 눈길을 끈다. 역시 키다리식품의 로고답다는 생각이 든다. 대표이사실로 들어서는 계단 벽면마다 예쁘고 화사한 그림들이 방문객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큰 키에 뽀얀 피부의 이명수 대표는 서글서글하게 웃는 인상부터가 상대방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고 편안하게 해주는 훈남중의 훈남 아저씨다. 부인인 이경애 사비나 부사장은 이명수 대표의 배우자이자 사업 동지, 신앙 동지로 평생을 함께 해온 동반자다. 두 사람은 대흥동 주교좌성당 성모상 앞에서 만나 백년가약을 맺은 뒤 온갖 신산한 세월의 풍파를 다 겪어내며 굳건한 부부애를 다져왔다.

대흥동 주교좌 성당에서 교리교사를 하던 부인 이경애 사비나를 만나 단란한 가정을 이뤄온 이명수 대표는 1953년 충북 영동출신으로, '털보네 식품'을 통해 식품업계에 뛰어든 뒤 키다리국수를 개발하게 됐다. 보건전문대 앞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국수사업은 실험에 실험을 거듭하면서 밀가루를 수십차 버리는 시행 착오를 겪었지만 밤을 낮 삼아 두 부부가 20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한 덕분에 사업 실패로 불어났던 엄청난 빚을 다 갚았고, 기적같이 부흥한 대표 우량 기업이 됐다.

이명수 대표는 1992년 국수 사업을 주축으로 키다리 식품(주)을 창업해 현재 고속도로 휴게소 6개소와 주유소 5개를 운영하면서 직원 400명을 둔 중견기업인으로 성장했다. 이 대표는 공주 정안 휴게소 상행, 하행, 전남 곡성휴게소 하행, 주암휴게소 상행, 하행, 순천 휴게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휴게소 입찰 당시 3번이나 단번에 입찰에 성공했다는 이 대표는 “첫째는 하느님께서 주신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둘째는 준비돼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복같다”고 말했다.

“항상 자기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살면 그 몇 배로 갚아주시는 것이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 행복한 마음이 더욱 더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주는 것 같습니다. ”

온화하고 인자한 미소가 늘 입가에 맴돌고 있는 선한 인상의 이 대표는 “제가 사업에 실패하고 낙담하던 시절 성당에 가지 않고 냉담자로 죄에 빠져 살던 때도 있었지만, 아버지 품에 다시 돌아온 탕자의 비유처럼, 새로이 신앙생활에 돌아와 하느님 은총속에 살게 해주심에 매일 감사하며 지내는 가운데, 뜻밖에 부족한 제가 훈장을 받게 되어 부끄러웠습니다. 아마도 훈장의 선물을 주심은 더욱 사회에 봉사하며 살라는 주님 뜻이 있는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사랑만이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안을 수 있고, 해결할 수 있고, 이겨낼 수 있고,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기적같은 일을 너무나 많이 겪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면서 빚 갚기에 바빴던 저희 부부에게 주님께서는 제가 다 갚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복을 내려주셨습니다. 제 인생을 다 주님께 바쳐도 여한이 없습니다.”

▲'세이면' 개발

이명수 대표는 86년 털보네 식품에서 일할 당시 '면'을 처음 접하게 됐다. 우동 영업판매를 하면서 같은 면이라도 기름에 튀긴 것은 장기간 놔두면 산화가 돼 몸에 해롭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가늘 세(細)', '이로울 리(利)'를 쓴 '세이면'이다. 끓는 물만 부으면 기다릴 필요도 없이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생면이다.

어떻게 하면 건강에 안좋은 인스턴트 식품들 속에서 사람에게 이로운 생면을 먹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이 대표는 상온에서 7개월이 가는 생면을 수많은 실패끝에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먹는 방법은 인스턴트지만 내용물은 요리로 생각하고 먹을 수 있게끔 라면보다 더 빠르고 간편하고 맛있는 생면 '세이면'을 개발하게 된 이 대표는 “수험생들이나 연세 드신 분들이 드셔도 소화가 안되실 염려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모 연구원들에게 시범적으로 시음을 시켜보고 임상실험에서 만족스런 결과를 얻어 발명 특허를 냈다”는 이 대표는 “자그마치 이 제품의 연구 개발에 15년이 걸렸다”고 했다. 그는 이제 오는 10월 15일에서 20일 사이에 자양동 공장에서 제2공장-신탄진공장 착공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고난의 시간을 견디면 희망이 생깁니다.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거죠.”

▲키다리아저씨처럼 살고 싶다

천성이 착한 이명수 대표는 키다리식품으로 회사명을 지은데 대해 “동화속의 키다리아저씨처럼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가며 키다리아저씨처럼 살고 싶어서 키다리식품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저처럼 돈없고, 백없고, 힘없는 사람이 먹는 장사를 시작해 40년 가까이 식품 분야에서만 한우물을 파온데 대해 자부심이 있습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죠. 정직한 기업이 회사의 기본이라고요. IMF 금융위기때도 마찬가지였지만 24년동안 단 한번도 매출이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아, 메르스때는 좀 영향이 있었네요.(하하하) 직원들이 가족처럼 동참해준 덕분이죠.”

이명수 대표는 고객을 가족처럼 섬기는 서비스 제일의 원칙으로 방문객에게 수준 높은 서비스와 바른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유기농 음식 재료들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용하고 있다. 안심먹거리를 위해 국산 콩나물과 국산콩으로 만든 두부, 국산 참깨, 참기름 등을 쓰고 있는 이 대표는 고추장, 간장, 된장 등 뭐든지 다 국산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명수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키다리식품은 정직하고 건강한 기업운영뿐만 아니라, 모범적으로 세금을 내는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모범납세자상을 받기도 했다.

이명수 대표는 '초록우산'과 (사)한국백혈병 소아암협회와의 협약을 통해 매년 고속도로 휴게소에'사랑의 모금함'을 설치하고 휴게소를 찾는 고객들과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모인 성금을 어려운 이웃돕기에 사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를 위해 그가 운영하는 휴게소마다 자선음악공연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이 대표는 부인과 함께, 때로는 직원들과 함께 수시로 지역의 소외계층을 위해 많은 봉사활동을 다닌다. 이 대표가 진두지휘하는 키다리식품회사는 철두철미한 교육시스템 덕분에'휴게소의 사관학교'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천주교 신앙인으로서의 삶

2013년부터 2년간 제22대 천주교 대전교구 평신도 사도직단체협의회 회장을 지낸 이명수 대표는 신실한 신앙인으로 탄방동성당에서 2009년부터 사목회장을 하면서 성당에 많은 기여를 했다. 늘 궂은 일에 솔선수범하면서 드러나지 않게 많은 기부와 봉사 활동을 통해 신자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이명수 대표는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전을 방문했을때도 적극적으로 심부름꾼을 자처하며 봉사 활동에 앞장섰다.

“해피메이커이신 유흥식 라자로 주교님을 보필하다가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주교님의 추천으로 이번 훈장을 받게 됐죠. 저는 그저 심부름한 것밖에 없는데 과분한 훈장을 받게 되어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교황님의 심부름꾼으로 뽑힌 것만 해도 너무너무 꿈만 같고 기쁨이었는데, 교황님의 훈장까지 받게 되는 큰 영광을 얻게 됐네요. 신부님과 형제 자매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과 가난한 이웃, 형제들과 나누면서 봉사하며 살겠습니다. ”

이명수 대표는 감사의 마음이 강물처럼 차고 넘치는 듯 했다.

“갚아도 갚아도 끝없는 복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정말 어렵게 살아왔기 때문에 돈은 어차피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어려운 곳을 도와가며 남모르게 소리 소문없이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깁니다. 가장 불행한 삶은 용서를 못하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이 사랑을 낳는 법이죠. 한없는 사랑을 베풀면서 살고 싶습니다. ”

대담·정리= 한성일 취재3부장(부국장)

사진=이성희 기자


●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훈장은…

평신도에게 수여되는 기사 훈장으로는 '비오 훈장'(비오 9세 교황 훈장),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훈장', '성 실베스테르 교황 훈장'이 있다. 또 등급에 따라 '목걸이가 있는 기사 훈장'('비오 훈장'에만 있음), '대십자 훈장', '공로패 있는 기사장 훈장', '기사장 훈장', '기사 훈장'이 있다. 교황 기사 훈장과 함께, 공훈에 따라 구별되는, 공로패와 교회와 교황을 위한 십자가도 있다.



비오 훈장=국가 원수, 정부의 수반, 장관, 대사 등에게 수여되는 훈장. 성 대 그레고리오교황 훈장=교회나 사회에 공헌한 일반 평신도에게 수여되는 훈장이다. 따라서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훈장은 일반 평신도에게 수여되는 최고의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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