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시작된 누리 과정 예산을 정부가 일선 시·도교육청에 떠넘기면서 각 시·도교육청은 매년 재정압박을 겪는 등 진행 중인 교육사업을 중도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욱이 이러한 재정압박은 해를 더하면서 갈수록 극심해져 '교육상실'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23일 충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예측 실패로 고스란히 그 피해를 시도교육청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더불어 올해 초 겪었던 보육 대란이 내년에는 더욱 현실화되면서 기존 유·초·중등교육의 피해상황은 도를 넘어설 것으로 우려된다. 이러한 피해는 정부가 내놓은 2016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예측이 완전 실패로 드러나면서 점점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름 아닌 정부가 내년도 교육예산으로 49조4000억원으로 추산했는데 실제로는 39조4000억원으로 무려 10조원의 예산차이가 나는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어린이집 누리 과정 예산을 정부에서 편성해야 하나 전적으로 시·도교육청에 전가, 고스란히 시도교육청이 재정압박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충남교육청의 경우 2012년 219억원에서 2013년 556억원, 올해는 1080억원을 누리 과정 예산으로 편성했다.
도교육청은 내년에는 1100억원을 누리 과정 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단돈 1원도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무조건 누리 과정 예산만 편성하라는 지침만 받았다.
이처럼 누리 과정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심각한 재정압박을 받는 도교육청의 입장에서 학력증진비용과 교수학습활동비를 많이 삭감해야 하는 처지다.
교육환경개선 사업비 역시 마찬가지다. 내년부터 2019년까지 1조원 가까이 예산이 필요하지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기관운영 경비도 감축해야 한다. 2013년 706억원이었던 기관운영비는 올해 613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결국 시·도교육청은 부족한 재원 충당을 위해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이는 채무증가로 이어지면서 지방교육재정 감소를 더욱 부채질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5월 '누리 과정 예산 의무지출경비 편성거부'라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누리 과정 예산은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22일 교과부장관이 주최한 전국시도교육감 회의에서 시도교육감들은 누리 과정예산을 비롯한 지방교육재정 효율화 방안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점을 거론하며, 정부의 밀어붙이기 방식을 소리 높여 비난했다.
이어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누리 과정예산 편성 등에 대해 공동대응할 뜻을 확실히 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다음달 5일 전국 시도교육감 회의가 열린다”며 “이때 다시 한번 누리 과정예산 등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면서 공동대응하는 성명서를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포=이승규 기자 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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