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처장 재직시절부터 교수학습개발원장을 겸직해 5년째 교수학습개발원을 이끌만큼 학생들의 학습 지도에 이 단장만큼 열정이 깊은 사람도 드물다. 한번 의문을 가진 문제가 있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연구자이지만 그만큼의 열정은 학생은 또 학생에게도 쏟아붓고 있다.
30여년째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이영환 대전대 학부교육선진화사업단장을 만나 대전대만의 학풍을 넘어 우리나라의 새로운 교육모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대전대만의 '리버럴 아츠(Liberal Arts)' 교육모델에 대해 알아보고 이 단장만의 교육 철학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대전대만의 유산=“단 한 대학을 뽑아도 뽑힐수 있다는 각오로 목숨을 걸고 달려 들었어요.”
지난해 대전대가 ACE사업을 추진할때 이 단장을 포함해 이 대학 연구 위원들이 임한 마음가짐은 그 야말로 죽기 살기였다.
이 단장은 “보통 유산을 남긴다면 돈을 남기겠죠. 그렇다면 대전대가 아이들에게 남길수 있는 유산이 무엇일까 생각했어요. 에이스 사업이 그 유산이 돼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단 한 대학이 선정이 된다 해도 우리가 그 대학이 돼야 겠다는 생각을 했죠”라고 말했다.
그리고 결국 선정이 됐고 4년은 잘 해봐야지 했는데, 벌써 반이 지났다.
대전대의 ACE사업의 핵심은 바로 '리버럴 아츠(Liberal Arts)' 교육 모델이다. 이 단장은 “한마디로 기본을 튼튼히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단장은 “시작은 총장님의 교육철학에서 비롯됐다”며 “저도 처음엔 전공 교육이 중요하다 생각했고, 전공 교육을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결국 교양을 중요시하는 것이야말로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생각을 가질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대전대의 '리버럴 아츠 교육' 모델도 인문학적 소양을 가르치고, 철학과 교양을 기반으로 그 위에 전공들이 들어가 쌓이는 것입니다.”
대전대의 리버럴 아츠 교육은 크게 교양과 전공, 비교과 세개로 구성된다.
기존 교양교과 39학점을 이수하고, 핵심 공통교과 24학점, 전통교과 51학점을 이수하는 것이 혜화리버럴 아츠의 기본적인 뼈대다. 이를 통해 '자기 주도적인 주체성(Subjectivity)', '디자인적 사고에 기초한 포괄적 지성(Soft-Power)', '실용적 전문 역량 (Specialty)'의 '3S를 갖춘 교양 있는 창의적 전문인이 대전대가 바라는 인재상이다.
▲비전, 탐색, 그리고 멘토링=3S를 갖춘 인재상을 위해 궁극적으로 대전대가 추진하는 것은 자기 주도적인 교육이다.
이 단장은 “우선은 학생들의 자존감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입생들이 입학을 하기 전에 1주일간 동기 유발 주간을 운영해요. 미래 직장을 방문도 하고, 대학 생활을 설계하는 기간이구요. 또 1학년 1학기때는 비전탐색을, 2학기때는 비전 설계를 필수적으로 듣도록 하고 있어요.
그후에는 지도교수 체계로 멘토링이 이뤄지고 있구요.”
비전교육이 처음부터 정착이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이 단장은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목표를 심어주면 잘 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것 같고는 잘 안되는 거예요. 목표를 달성하기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하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어요. 공부를 많이 가르치는 것보다는 스스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는 자기 주도적으로 할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창의적으로 스스로 할수 있는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해 하고 있습니다.
효과요? 교육이란게 그렇게 단시간에 효과가 나오지는 않으니까요.”
대전대의 '리버럴아츠' 사업은 4년간의 사업 기간 가운데 이제 딱 2년째인 중간 기점을 돌고 있다.
이 단장은 “대전대는 이미 에이스 사업에 선정되기 전부터 교수 학습 체계가 잘 갖춰져 있었던 것이 대전대만의 경쟁력이었다”며 “모든 학과들이 전공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었고, 전공도 전공 트랙제를 실시하는 등 실무 중심의 전공이 이뤄져 있었고, 지금의 교수학습원의 전신인 교수학습센터가 활발히 운영됐던 것도 대전대만의 경쟁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여전히 학생들의 자존감을 키워주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방대 학생들이 가장 부족한 것이 '자존감'이에요. 그래서 첫번째로 한 일이 학과별로 성공한 선배들을 초빙해서 1, 2학년 학생들이 많이 접해볼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이 같은 이 단장의 생각과 맞닿아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1인 1권 지성 인증제'다.
학생 1인이 재학중 1권의 저서를 발간하는 경험을 함으로써 대학생활에서 습득한 지식을 정리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 500권의 책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형식으로 적는 학생도 있고 문화 기행을 엮은 책도 있고, 암호 만들기도 있고 다양해요. 책을 만들었다는 것은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자존감을 회복시켜주는 놀라운 경험이거든요.”
▲꼴찌에서 일등으로=지난 1988년 대전대 강단에 선지 횟수로 27년째다.
“전 수학을 전공했지만 구구단도 제대로 외우지 못했거든요. 대학때도 재수했던 경험도 있어서 강단에 서면 학생들에게 제 경험을 많이 얘기해줘요.
사실 늘 1등만 하던 사람에게 1등이란 자리는 별 의미가 없겠지만 꼴찌에게는 1등은 올라갈 의미이자 목표잖아요.”
공교롭게도 이 단장이 속한 대전대도 얼마전 정부의 구조개혁 평가에서 뼈아픈 성적을 받아들었다.
“구조개혁평가라면 평가는 누가봐도 공정하고 정밀했어야 했는데 1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만으로 불량대학으로 낙인찍는것은 잘못됐다고 봐요. 상식적인 선에서 봤을때도 A등급을 맞은 대학이나 B등급에 속한 대학이 우리 대학 보다 훨씬 좋냐는 얘기를 하면 선뜻 대답을 못하거든요. 사실 우리 대전대만큼 국책 사업도 많고 재정적으로 튼튼한 대학도 그리 많지 않구요.”
교무처장 재임부터 5년동안 교수학습개발원장을, 그리고 지난해 ACE사업 추진부터 함께 하는 등 강의와 연구외에도 보직 업무까지 함께 하고 있는 이 단장은 앞으로 “학교의 교양부터 전공까지 전반적인 교육 체계, 질 관리까지 틀이 잡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에이스 사업이 완성이 되면 어느정도 틀이 갖춰지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 단장이 또한가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순간의 노력이 평생간다는 것”이다.
“저의 경우를 들면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공부를 가장 많이 한 것 같아요. 학생들의 경우도 중간고사를 앞두고, 기말고사를 앞둔 2~3주간의 기간이 고생이 앞으로의 학점을 좌우하잖아요. 순간적인 집중력이 필요할때가 있다는 말을 해주죠. 결국은 공부를 해야 할때가 있다는 말로 귀결되나요?”
학창시절 의문이 드는 문제가 있으면 밤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그였지만 이제 그의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오롯이 학생들이다.
그리고 자신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고 조금은 나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매사에 열정적으로 사는 앞으로 남은 2년의 대전대의 '리버럴 아츠'의 교육 성과는 또 어떤식으로 나타날까. 사뭇 기대가 되는 이유다.
▲이영환 단장은= 1988년 충남대 대학원 이학박사(해석학 전공), 2003년 명지대학교 대학원 공학박사(컴퓨터공학 전공), 2010년~2011년 대전대 응용산업대학장, 2011년 3월~2014년 2월 28일 대전대 교무처장, 2014년 3월~현재 대전대 교수학습개발원장, ACE 사업단장, 현재 대전대 정보보안학과 교수
대담·정리=오희룡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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