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여성장애인연대 인권강사로 활동중인 문경희(뇌병변장애 2급)씨가 대전터미널에서 고속버스 앞에 멈춰있다. |
교통약자에게 이동 편의를 제공하도록 한 법률이 시행 10년이 되도록 휠체어 장애인은 고속·시외버스에 탑승할 수 없는 상태다.
또 장애인 콜택시는 지정된 시외 일부 지역에 갈 수 있고 현지에서 30분만 머무를 수 있어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22일 대전 복합터미널에서 만난 문경희(뇌병변장애2급) 씨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해 시내버스 출근을 10년째 이어오고 있으나 고속·시외버스는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고향인 강원도 춘천까지 고속버스가 운행해도 탑승할 수 없어 번번이 지인의 운전 차량에 동승해서야 간혹 찾아갈 수 있다.
문 이사는 “시내버스와 택시까지 장애인들에게 비장애인과 평등한 이동권을 보장하려고 개선되고 있는데 유독 고속·시외버스만큼은 교통약자법 10년이 되도록 바뀌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고속버스 1905대와 시외버스 7669대에 휠체어 승강설비와 휠체어 전용 좌석공간이 마련된 버스는 한 대도 없는 실정이다.
기차가 닿지 않는 충남 금산이나 부여, 내포부터 충북 청주 등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이용할 대중교통 수단은 없는 셈이고, 지역에서는 시·군에서 대전이나 천안 등의 도시에 닿을 대중교통편이 마련되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장애인 전용콜택시가 있어 관내·외의 목적지까지 이용할 수 있는데 대전에서는 공주, 논산, 계룡, 청주 등의 7개 시·군만 닿을 수 있고 현지에서 체류할 시간은 30분에 불과하다. 대전복합터미널에서 공주까지 4400원에 가는 것을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전용콜택시를 통해 2만원 남짓 소요되고 충북 청주까지는 3만원 가량의 운임이 필요하며, 콜택시 예약도 이뤄지기 어렵다.
수동 접이식 휠체어 이용 장애인 역시 버스 운전자가 장애인을 등에 업거나 부축하는 방식으로 좌석에 착석하는데 폭 40㎝ 정도의 버스 내부 통로를 이동하는 부상 위험이나 의료용구 이탈, 수치심 등의 문제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서 영국의 고속버스업체인 내셔널 익스프레스는 고속버스 97%의 차량에 휠체어 승강설비가 설치됐고, 미국 그레이하운드는 2001~2014년 제작된 차량의 100%를 휠체어 승강설비가 마련됐다.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최명진 공동대표는 “다른 국가에서는 이미 도입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휠체어 고속·시외버스를 우리만 한 대도 없다는 게 문제”라며 “대중교통수단이 동등하게 제공돼 장애인들도 추석 고향에 가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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