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기술자 의무배치 추진…건설업계 '골머리'

정부, 청년참여 가점·건설관리기술자 배치기준 개정키로 건설사, 별도 인력채용 부담… “비정규직만 늘어날 것” 우려

건설업계가 갈수록 까다로운 인력 배치 기준에 골머리를 앓게 생겼다.

건설사업 여건 상 공사 물량이 일정치 않아 인력 채용이 쉽지 않으며 오히려 비정규직만 늘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국내건설 SOC 투자 감소로 인해 취업자 수 감소와 청년 취업률 하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용역분야 사업수행능력 평가기준(PQ)을 개정해 청년 기술자참여시 가점을 부여키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총공사비 500억원 이상 공사에서는 청년기술자를 포함하는 초급기술자를 의무 배치하도록 건설사업관리기술자의 배치기준을 개정한다.

이렇다보니 건설사들은 기존 인력과 별도로 청년 인력을 추가로 채용하는 등 부담이 커졌다.

초급기술자에 대한 건설사들의 신뢰도가 낮아 실제 청년 인력을 채용해 공사현장에 배치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업무를 맡기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정책에만 맞추기 위해 비정규직 채용을 건설사들이 선호해 실제 지속가능한 인력 채용은 아니라는 비난도 나온다.

인력 채용에 대한 부담은 건축사업계도 마찬가지다. 앞서 국토부는 건축물 안전을 위한 제도 보강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건축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15일 밝혔다.

개정안에서 다중이용 건축물의 범위가 연면적 5000㎡에서 1000㎡로 낮아지면서 대상 건축물이 늘어난다.

다만, 이 다중이용 건축물에 대해서 상주 감리를 의무적으로 두는 것은 건축물 감리를 맡고 있는 건축사사무소로서는 감당해내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상주감리를 하기 위해서는 감리 자격을 갖춘 직원을 채용해 공사현장에 배치해야 한다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해당 기술자를 구하는 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추가 인력을 채용할 여력도 없는 상황이다.

한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상주감리를 두기 위해서는 건축사사무소의 출혈이 너무 크다”면서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 영향으로 기준을 떨어트리는 바람에 인력 채용에 대해서도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청년 실업난과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공사 진행이 어려워지고 안전 사고가 더 많아질 수도 있어 우려되는 사안이 많다”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