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박성일 "침으로 몸에 생기 불어넣 듯, 책으로 지친 마음 치유"

[휴먼] 박성일 "침으로 몸에 생기 불어넣 듯, 책으로 지친 마음 치유"

우리나라 최초의 홍채 전문가 '눈길'…대덕단지, 한의학 현대화 최적지 꼽아 '백북스 대표' 전국적 독서운동 앞장…시민 누구나 참여 친목 도모·정보 공유

  • 승인 2015-09-17 14:10
  • 신문게재 2015-09-18 12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휴먼스토리] 박성일 한의원 원장, 대한홍채유전체질의학회 회장 취임

우리나라 최초의 홍채 전문가로 올해 대한홍채유전체질의학회 회장에 취임한 박성일 한의원장(58·사진)은 본사 주최 이동훈 미술상 운영위원이자 대전시립미술관 후원회장으로 미술인들을 후원하는 일에 앞장서온 주인공이다. 박 원장은 또 2012년부터 학습독서공동체 (사)백북스 대표를 맡아 전국적인 독서운동을 펼치면서 대전의 과학예술도시 지식운동 전파에도 앞장서 전국의 문화예술계와 과학계에서도 알아주는 지식인이자 교양인이다. 이에 지난 달 26일 서구 탄방동 탄방역 4번 출구에 위치한 박성일 한의원을 찾아가 박성일 원장과 함께 문화와 예술, 한의학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편잡자 주>

-박 원장님, 한의원에 들어오니 벽에 걸려있는 미술 작품들과 서가에 꽂혀 있는 수많은 책들이 마치 갤러리와 북카페에 온 느낌이 듭니다. 박 원장님 이미지 만큼이나 참 깔끔하고 멋진 공간이네요. 박 원장님은 서울 토박이신데 대구한의과대학 교수를 거쳐 대전대 한의과대학 심장내과 주임교수로 중풍센터 과장을 역임하신 후 이 곳 탄방동에 박성일 한의원을 개원하셨잖아요. 박 원장님은 우리 나라 최초의 홍채의학전문가신데다 독서모임 (사)백북스의 대표를 맡고 계시고, 대전시립미술관 후원회장이시면서 저희 중도일보 주최 이동훈 미술상 운영위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참으로 다방면에 재능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저는 사상체질에서 흔히 말하는 다혈질의 적극적인 소양인 체질과 반대인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체질의 소음인입니다. 대전을 체질로 분류하면 소음인 도시라고 할 수 있지요. 남미의 도시가 본능과 욕망이 넘치는 다혈질의 소양인 도시라면, 로마는 쾌락을 찾고, 감성이 넘치는 태음인 도시이지요.

반면에 대전은 조용한 즐거움인 음악, 미술을 즐기고 지성이 넘치는 도시라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소음인 도시라고 말씀드린겁니다. 1986년에 대전대 한의과대학 교수로 임용돼 처음 대전에 왔을때 인상 깊었던 것은 크지 않은 도시에 세계적인 대학인 카이스트가 있고, 충남대와 많은 과학연구기관들이 포함된 대덕연구단지가 대전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이때 처음 떠오른 느낌이 대전은 미국의 하버드대학과 MIT가 있는 지성의 도시 보스톤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많은 과학자와 연구원, 교수들이 넘치는 도시 대전은 '최고의 과학과 예술의 도시가 되겠구나'라고 상상했답니다.

이런 말이 있잖아요. '부부는 정반대 체질이어야 궁합이 맞고, 친구는 비슷한 체질이어야 우정이 오래간다'고 하죠. 소극적인 체질인 제가 지성적이고 내성적인 대전에 사는 것이 제 체질에 딱 맞으니 제 복이라고 생각하고 삽니다.(하하하)

-박 원장님은 과학도시 대전의 특징을 일찍 이해하셨네요. 현재는 경희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시면서 홍채의학회를 맡으시고, 한의원도 운영하시는데요. 원장님이 하시는 일이 대덕연구단지와도 연관이 있으신지요?

▲한국의 한의학은 1800년대 말에 중의학과 결별하고 조선말 특유의 체질의학인 사상의학으로 발전하였지요. 중의학이 주역, 논어, 맹자, 음양오행 등 중국전통 고대중국문화의 영향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면, 우리 체질의학은 소음인과 소양인, 태음인과 태양인의 대칭구조를 설정해 현대 유전학의 선험적인 과학이론을 담고 있답니다.

현대과학과 연결할 수 있는 체질과학이론을 창안한 것이 1894년에 나온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이지요. 이러한 한의학을 현대화하고 과학화할 수 있는 기반이 모두 대덕연구단지에 있습니다. 수많은 연구소들이 밀집해 있고 한국한의학연구원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만든 포럼이 바로 과학예술포럼이랍니다. 지난 달 27일에도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이 곳 박성일 한의원 6층 백북스 홀에서 예술가, 과학자, 문화활동가, 시민, 학생 등 50여명이 모였답니다. 과학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예술적 실천으로 연결해 과학을 문화적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이는 자리를 만들었지요. 과학예술포럼은 과학예술 융복합 프로젝트의 당위성과 실행 프로젝트의 의미를 공유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자리입니다. 이들이 비평적 담론의 장을 만들고, 과학과 예술에 대한 시민사회의 정보 공유와 공감대 확산을 모색하는 자리였죠. 이날 과학예술포럼 8월 행사는 과학예술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자리였습니다. 대전시민 여러분들께서 과학예술 활성화의 길에 함께 동참해주시길 바라는게 제 마음입니다.

-박 원장님께서 연구단지의 과학자와 뇌과학자 등과 지식을 교류하면서 쓰신 책이 2012년에 출간된 <내 눈속의 한의학 혁명>인데요. 문화체육부 우수도서로도 선정되셨죠?

▲2004년에 <영교시수업>이라는 소설책을 썼는데요. 당시 독서모임에서 저를 초청해 특별 강연을 하게 됐습니다. 이 독서모임에 가보니 연구원과 과학자, 예술가, 대학생, 교수들이 매월 두 번씩 만나 강연 토론을 하는 '백권독서클럽'이었습니다. 그날부터 백권독서클럽의 운영위원에 참여했는데요. 백권독서클럽이 2012년 사단법인 백북스가 되면서 제가 백북스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벌써 314회를 기록했는데요. 올해로 14년째입니다. 제가 직업이 한의사인데 한의학서적이 아닌 소설책을 먼저 쓰게 되어 늘 숙제처럼 마음의 부담을 안고 있다가 2012년에 체질의학 임상연구도서인 '내 눈속의 한의학 혁명'을 낸 것입니다. 어찌 보면 대전에서의 삶의 중심에는 늘 책이 있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박 원장님, 지난 7월 문체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백북스가 대전지역 대표 독서프로그램으로 선정되셨다죠? 축하드립니다.

▲예 감사합니다. 책은 단순히 읽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많은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저자는 책 한 권 속에 자신의 모든 지식과 삶과 깨달음을 담고, 독자는 저자를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밤새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셈이지요. 보통 책을 한권 쓰려면 10년정도 준비하게 되는데 1만~2만원의 책 한권 값으로 누군가와 보름 이상을 저녁마다 대화를 나누고 배우고 질문한다면 그보다 더 생산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올해 백북스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으로부터 지역 대표 독서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것을 기념해 여름특집 백북스 강연을 하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매월 둘째, 넷째 화요일 오후 7시15분에 저희 한의원 6층 백북스홀에서 6회에 걸쳐 하게 됐는데요. 7월 14일은 부산대 김상욱 교수가 애덤 프랭크의 '시간연대기'를 강연했고, 7월28일은 이정원 ETRI 연구원이 에릴 캔델의 '통찰의 시대', 8월11일은 철학박사 박제윤 교수가 패트리샤 처칠랜드의 '뇌처럼 현명하게', 8월25일은 김영돈 정신신경과 전문의가 존 브래드 쇼의 '내면아이 치유', 9월8일은 제가 존 그레이의 '동물들의 침묵'에 대해 강연했습니다. 이제 9월22일 마지막 강연을 남겨놓고 있는데요. 레드스쿨 석좌코치인 한빛찬 원장이 케이스 데블린의 '수학의 언어'에 대해 강연할 예정입니다.

백북스 강연을 통해 우주과학, 뇌과학, 예술, 철학, 의학, 수학 등 대표적인 지식영역의 저서들을 선정해 강연도 듣고 토론하는 멋진 여름을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공부를 시작하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간 후에는 함께 할 학교가 없습니다. 그래서 책을 덜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백북스라는 독서공동체에 참여하시면 학교때처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지식도 얻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도 됩니다. 대전시민들께서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원장님, 한의원 6층을 백북스 홀로 사용하게 된 계기는 뭔지요.

▲제가 백북스 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우리의 독서모임이 지속적으로 활발하게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6년전 이 곳 탄방동 빌딩으로 한의원을 옮길때 아예 전용 독서모임 공간을 만들게 된겁니다. 50명 정도가 참여할 수 있는 이 공간은 세미나와 토론회를 열기에 적합한 장소지요.

-박 원장님, 백북스 책읽기 지식운동의 목표는 뭔가요?

▲갈수록 경제가 어려운 시대에 가장 효과적인 삶을 사는 법을 알고 싶어서 백북스 책 읽기 지식운동을 하는겁니다. 감정과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질 위주의 삶으로는 미래가 불확실할 수밖에 없지요. 대전이 지식기반 사회의 대표적인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백북스 책읽기 지식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중이랍니다. 백북스 학습독서공동체의 이념은 '친화', '평생', '균형', '열린' 등 네가지입니다. 백북스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서로 친목을 도모하면서 학습독서와 균형독서, 평생학습, 친목의 가치를 추구하는 모임이라고 할 수 있지요.

-박 원장님은 국내 최초의 홍채 전문가시고, 홍채 진단 특허도 받으시면서 홍채 의학으로 한의학을 과학화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신 것으로 압니다.

▲지난해 4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양의사 세 분이 벤치마킹을 위해 저희 병원을 방문했는데요. 이 분들이 일주일간 홍채진단과 한의학 체질침 치료를 배우고 고국으로 돌아간 뒤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매우 고마워했습니다. 체질의학을 뇌호르몬체질로 분류하고, 홍채진단을 통해 체질을 분류해 서양의사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객관화했지요. 15년전 백지연의 모닝스페셜에 출연한 뒤로 전국에서 환자들이 많이 찾아오셨는데요. 한의학을 과학화시키는데 홍채 연구가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요즘은 전 세계에서 홍채에 대한 지식을 얻고 벤치마킹하기 위해 저희 한의원을 찾고 있습니다.

-박 원장님,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소개해주실까요?

▲먼저 한의학 학문에서 이루어야할 숙제는 세계의학에 기여하는 영역을 확고하게 하는 점입니다. 또 대전문화예술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해보자면 과학지식과 기술이 발전할수록 새로운 영감과 상상력을 자극받는 것이 바로 문화와 예술입니다. 현대 미술관과 콘서트홀들만 몇 개 더 지어진다면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스스로 몰려오는 도시가 됩니다. 대전이 과학예술 융합도시의 본보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백북스 학습독서공동체를 더욱 열심히 이끌어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박성일 원장은…

박성일 원장은 1957년 서울 출생으로 용산고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했다.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한방내과전문의 수료 후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4년부터 대구한의과대학 교수, 1986년부터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심장내과 주임교수와 중풍센터 과장을 역임했다. 박 원장은 1997년 미국 세계응용홍채학회에 한의사로서는 최초로 참석했고, 1998년 대한홍채의학회를 설립했다. 1988년 박성일한의원 개원 이후 홍채학을 접목하여 한의학의 과학화 연구에 몰두해 왔다. 박 원장은 한의학을 신경학과 유전학으로 해석하고 이제마의 사상의학을 뇌과학적 관점에서 연구했다. 특히 홍채진단을 통한 체질의학의 연구 성과와 임상결과를 정리하여 2012년 <내 눈 속의 한의학 혁명>을 출간했다. 2002년부터 경희대학교 외래교수로 활동하면서 대학원에서 홍채진단을 지도하고 있다. 2015년 대한홍채유전체질의학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2012년부터 학습독서공동체 (사)백북스 대표를 맡아 전국적인 독서운동의 붐을 일으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1만5000여명의 회원을 이끌고 있고, 대전의 과학예술도시를 위한 지식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14년부터 대전시립미술관 후원회장과 본사가 주최하는 이동훈 미술상 운영위원을 맡아 대전 미술계 후원활동에도 앞장서고 있어 지역 문화계의 신망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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