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된 극심한 가뭄으로 대청댐 추동 취수탑의 수위가 낮아져 밑동까지 드러냈다. |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마을이 위치한 대전 대덕구 이현동 주민들은 최근 마주한 낯선 환경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장마를 보내고 가을이 찾아오는 이맘때 발아래까지 차오르던 대청호가 올해에는 썰물 때 서해처럼 물은 없고 바닥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물에 가려졌던 호수 바닥에 흙이 누렇게 메마른 광경은 주민들에게 낯설게 다가오고 있다.
이현동 주민 황부월(여·64)씨는 “호수에 물이 줄어 바닥이 드러나고 풀까지 자랄 정도로 대청호 수위가 낮아진 것은 좀처럼 못 보던 풍경”이라며 “대청호 물로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지만 비가 너무 안 내려 걱정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곳 주민들은 이미 대청호의 물 흐름이 느려졌다는 것을 눈으로 봐서 알고 있다. 주민 차선준씨는 “마을이 댐에 가까워 졸졸졸 흐르던 게 보였는데 지금은 물이 딱 멈춘 것 같고 그 때문인지 물 색깔도 예전보다 탁해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최근에는 대청댐 건설 때 물속에 잠겼던 집터가 하나 둘씩 밖으로 드러나 주민들 사이에서도 화자되고 있고, 시멘트 하단부가 노출된 추동취수탑과 끝없이 올라오는 폐그물 등이 대청호의 가뭄을 대변하고 있다.
충남 보령호도 물 높이가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낮아져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며 보령댐관리단은 현재의 상태에서는 다음달 초 제한급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관건은 방류량을 크게 줄여 흐름이 느려진 상수원에 수질 유지와 내년 봄가뭄까지 저수량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집중되고 있다.
대청댐이 하류 방류량을 예년 대비 30%까지 줄였고 보령댐도 예년 방류량의 10%만 하류로 흘려보내는 상태다. 지난 7일 대청호 추동수역에 클로로필-a는 14.1㎎/㎥, 남조류세포수는 2044개, 보령호도 각각 11.2㎎/㎥과 814개 수준으로 측정돼 '조류주의보'(클로로필-a 15㎎/㎥, 남조류 500개/㎖) 단계에 육박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주말 충남·북에 내린 10㎜ 안팎의 강우량에서도 대청·보령댐의 수위는 올라가지 않아 큰 비가 내려야 저수량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대청·보령댐관리단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보령댐에서는 다음달 초 제한급수가 예상돼 물절약 캠페인을 전개해 시민들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으며 무더운 날씨가 아니어서 수질 악화나 녹조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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