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양도'는 유죄, '대여'는 무죄?

법원, 법개정 전 범죄 기존법 적용, 현재는 양도·대여 모두 처벌 대상

법원이 타인에게 통장을 양도한 사람에 유죄를, 통장을 일시적으로 대여한 사람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시행(올해 4월) 되기 전 범죄에 대해 법원이 기존 법을 적용했기 때문으로, 현재는 통장 양도는 물론 대가 없이 대여만 해도 모두 유죄가 인정돼 처벌받게 된다.

대전지법 형사8단독(판사 이혜린)은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모(47)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전씨는 지난해 12월초께 대전 유성구 한 노상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체크카드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통장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를 퀵서비스 기사를 통해 성명불상자에게 교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반면, 통장을 대여해 준 사람은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대가 지급 없이 일시적으로 통장을 빌려준 행위는 개정 전 전자금융거래법을 적용할 경우 처벌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전지법 형사9단독(판사 이주연)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모(36)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정씨는 지난해 6월 18일 경기도 파주시 한 노상에서 성명불상자로부터 200만원을 받기로 하고 통장계좌 체크카드 1장과 비밀번호를 퀵서비스를 통해 보내 접근매체를 양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주연 판사는 “통장 임대의 대가를 지급받지 못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또 피고인이 접근매체를 빌려 주거나 일시적으로 상용하게 했다고 하더라도 접근매체를 양도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통장 양도ㆍ양수 행위는 대가 수수 입증이 어려워 기소율이 7.4%에 불과했다. 지난 2012년에는 총 4만 3896건의 위반사건 중 3285건만이 기소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폭 강화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지난 4월 시행·공포했다. 대가를 요구·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을 받는다.

박태구 기자 hebala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