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의날을 맞았지만, 여전히 지역 자살사건 대부분이 사망자가 자살에 이르게 된 동기를 추적하지 않고 모호하게 처리돼 종결되고 있다. 누군가에 의한 타살이 아니라는 부분에서 경찰 수사는 마무리되고 자살 동기를 조사하고 유력한 원인을 찾는 심리적 부검은 이제 걸음마를 뗀 실정이다.
대전과 충남북에서 2013년 자살사건에 의해 모두 1663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대부분 사건이 타살이나 강요 등의 범죄혐의가 없다는 부분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변사 종결된다.
수사기관 유가족 등의 조사를 통해 추정하는 자살의 동기 역시 '지병과 건강' 또는 '신병비관', '경제적 이유', '가정불화', '우울증' 등이 대부분으로 자살을 실행한 이유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고 맞춤 정책을 세우기에도 정보가 부실할 수 밖에 없다. 이때문에 사망자가 자살에 이르게 된 유력한 동기를 찾아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심리적 부검' 필요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심리적 부검이란 자살 원인을 추정하기 위해 사망 전 일정기간 동안 사망자의 심리의 변화상태를 주변인의 진술을 통해 재구성해 가능성 큰 원인을 찾는 것이다.
정신과의사나 심리상담사 등이 사망자의 주변 사람들을 심층 면접하고 사망자가 어떤 정신과적 특성이나 자살 경고 등 자살동기 정보를 구하기 위한 시도를 통해 왜 자살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규명한다.
이영문 국립공주병원장은 8일 관련 세미나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원인을 한 두 가지로 요약할 순 없지만, 자살사망자의 심리적 상황에 대한 정보도 너무 부족하다는 게 현실”이라며 “자살은 개인적인 행위지만 지극히 사회적문화적 현상이어서 이에대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미 자살예방 법률에서 심리적 부검에 대한 기반을 만들어진 상태로 부산시와 부산지방경찰청에서는 앞장서 자살 사망자에 대한 심층적 조사를 시도한 바 있다.
최초 현장에 출동해 주검을 확인하고 검시에 참여해 유족들과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연계해 거부감 없이 면접조사하고 발생 시부터 보건의료기관과 연계해 활동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대전정신보건센터 유선화 자살예방위기관리 팀장은 “올해부터 심리적 부검에 대한 국가적 정책이 추진돼 지역에서도 교육을 이수한 전문가가 유가족의 동의하에 자살자의 사망 전 심리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며 “경찰과 지자체가 함께 해야 하며 혼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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